터키 국가보안법원이 29일 예상대로 쿠르드 반군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0)에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유럽과 미국 전역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 폭탄」 하나가 가동됐다. 올 2월 그가 체포된 후 일어났던 쿠르드족의 항의시위 사태 처럼 폭탄테러, 대사관점거 등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하지만 외교 분석가들은 오잘란의 추종 세력들이 터키 의회가 사형집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는 과격행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잘란의 사형집행은 전적으로 터키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후진술 오잘란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역사적 오류에서 출발한 문제가 바로 잡히길 바란다』면서 『나는 반역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날 평화와 형제애 차원에서 솔직히 발언한 것이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군(軍) 판사 1명과 민간판사 2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판결문을 거침없이 읽어나갔다.
▲의미 그에게 적용된 죄목 중 반역과 살인은 예견됐던 것이지만 분리주의는 예상밖이었다. 이는 재판을 통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운동에 쐐기를 박겠다는 터키정부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앞서 오잘란은 쿠르드족 분리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터키와 쿠르드노동자당(PKK)이 협상해야 한다고 전제, 자신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터키 당국은 이번 판결을 통해 「테러 조직」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장 쿠르드족의 항의 폭력사태가 유럽각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자제되는 분위기이다. 쿠르드 민족해방전선(ERNK)은 『터키는 쿠르드 문제를 무책임하게 내던졌다』면서 사실상 「보복」을 천명했다.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쿠르드인 200여명이 PKK깃발을 흔들며 『쿠르드여 영원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터키와 미국을 『테러리스트 국가』라고 비난했다. 사이프러스 수도 니코시아 거주 쿠르드인 150여명도 이날 선고후 미국 대사관 앞에서 돌을 던지고 경찰과 멱살잡이를 벌였다. 터키내 몇몇 교도소내에서는 쿠르드족 죄수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전망 비록 사형선고가 내려졌지만 실제 집행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정치적 변수에 따라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잘란 변호인단의 터키 최고법원에의 상고, 의회 심의 및 표결, 대통령의 재가, 유럽인권법정(ECHR)의 심판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다. 일부에서는 터키측이 사형언도를 내린 것은 실제 사형집행 보다는 오잘란의 「발목」을 잡아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운동에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터키 의회는 84년 이래 법원이 제출한 사형선고안을 단 한건도 수용치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대응 미 국무부는 유럽주재 대사관에 쿠르드족 시위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쿠르드족은 미국이 오잘란의 납치, 체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믿고 있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사형선고를 비난하며 감형해줄 것을 촉구하고 쿠르드인들의 「평화적 행동」을 당부했다.
영국 총리실의 한 대변인은 이날 『영국 정부는 사형선고에 반대한다』면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오잘란에 대한 판결을 포함한 모든 사형선고를 종신형으로 감형하라고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 쉴리 독일 내무장관은 『모든 쿠르드인들은 진정하고 성급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 뒤『상고심이나 추후 유럽 인권재판소에서의 청문에 대해 확신을 가지라』고 밝혔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