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예산」 「부처의 밥그릇」 「숨겨진 준조세」로 지목되어왔던 「공적기금」제도가 마침내 수술대위에 올랐다. 기획예산처가 75개에 달하는 각종 기금을 55개로 통·폐합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각종 부담금 명목으로 부과되던 국민들의 「준조세」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당초 특정사업분야에 한해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해 도입된 기금제도는 정부예산과 분리운영되고 일부는 국회나 대통령 보고의무까지 면제됨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로부터 거둔 자산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명예퇴직금을 나눠주고 관할부처 퇴직공무원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식 인사를 거듭함에 따라 「자기직원들을 위한 기금」이란 비판도 받아왔다. 기금자산규모는 어느덧 정부재정의 2배가 넘는 171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방만한 운용으로 99년 국내총생산(GDP)의 5.2%에 해당하는 통합재정수지적자중 2.1%포인트가 기금에서 발생할 만큼 국민세금을 갉아먹어왔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기금제도개편과정에서 해당부처와 관련이익집단으로부터 집요한 공세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극장입장료에 부과하는 문예진흥기금이 당초 통폐합 대상에 들어가 있었으나 예술인 및 문화관광부의 반발로 끝내 존속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기금수는 75개에서 55개로 줄었지만 실제 기금자산기준으론 170조원에서 166조원으로 4조원 밖에 줄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기금제도개편은 실질적 국민부담 경감혜택을 줄 전망이다. 우선 내년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의 부담금이 폐지돼 경기장 수영장 스키장등 각종 체육시설에 입장할 때 내던 부과금도 없어져 실질적으로 입장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문예진흥기금도 기금조성목표를 책정, 다 채워지면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등 입장료에 부과되던 부담금을 없애도록 했으며 여권발급시 부과되던 국제교류기금 역시 기금목표가 달성되면 더이상 거두지 못하도록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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