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이 지난해 춘향전에 이어 완판창극 두번째 무대로 심청전을 공연 중이다. 「완판」이라 함은 창극의 바탕 판소리를 한 토막도 안자르고 한다는 것. 이번 심청전의 공연시간은 중간휴식 50분을 빼면 네 시간. 길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져죽는 데까지인 1부는 슬픈 소리가 많아선지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훌쩍 운다. 뺑덕어미가 나오면서 익살스런 대목이 많아지는 2부에서는 웃음이 터진다.공연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좀 산만한 게 흠이다. 더러 장황하게 늘어지거나 군더더기가 끼었다. 예컨대 심봉사가 곽씨부인을 잃고 슬퍼하는 장면이 40분 가까이 이어진 건 너무 길지 않은가? 심봉사가 시주승한테 염불 배우는 장면이나 황성 가는 길에 만난 맹인들이 노래자랑을 하며 노는 대목 같은 건 재미로 친 양념이겠으나 빼는 게 낫겠다. 질펀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극적인 긴장감과 밀도를 높이려면 생략의 기술도 필요하다.
인당수 장면은 아주 볼 만했다. 파도가 날뛰는 모습이 비치는 투명막 뒤에서 배가 움직이며 거친 바다를 비교적 실감나게 재현했다. 그러나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도 가장 들을만한 눈대목인 이 부분의 소리(「범피중류」부터 심청이 물에 빠지는 데까지)가 무대화 과정에서 일부 생략된 건 못내 아쉽다. 미쳐 날뛰는 파도, 슬픔과 두려움에 혼란스런 심청의 마음을 묘사한 엇모리·자진모리 장단의 긴박감 넘치는 소리가 부분적으로 잘려나갔다. 귀로 듣는 음악을 눈으로 보는 무대로 바꾸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공연은 김명곤 연출, 조상현 작창으로 4일까지 계속된다. 세 명의 심청(유수정 최진숙 김지숙) 중 막내인 김지숙은 국립창극단에 들어온지 2년도 안됐지만 무난하게 역할을 소화하고 있으며 가장 비중이 큰 심봉사 역의 왕기석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다운 노련함이 돋보인다. 문의(02)2274_117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