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원미경이 SBS 본관 9층 복도에 붙어있는 포스터 한 장을 한참 쳐다본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은실이를 시집보낸 느낌입니다. 은실이에게 좀더 잘해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7월 6일 7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SBS 월·화드라마 「은실이」.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대본읽기 연습이 있던 24일 저녁 8시. 다른 날과 달리 곧 바로 대본읽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출연진은 성공적인 종영을 기념해 작가 이금림씨와 연출자 성준기 PD에게 은실이 액자를 전달했다.
6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한 소녀를 그려 나간 「은실이」.
은실이는 시청자의 높은 관심 속에 갖가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좀처럼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시대극.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정성과 폭력성 이 없이 방영 7개월여 동안 시청률 1~5위 안에 들어가는 높은 인기를 얻었다. 기존의 주시청자층인 「아줌마」 계층 뿐만 아니라 「아저씨」들이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엿보기라도 하듯 시청자 대열에 가세했다. IMF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불우한 환경을 꿋꿋하게 극복해 가는 은실이를 보며 힘을 얻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시청률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월 「국민과의 대화」 에서 은실이 역을 맡은 전혜진에게 『나도 팬이고 열심히 보고 있다』고 한 말이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은실이」는 무엇보다 아역과 조연들이 주연보다 높은 인기를 끌어 모두 스타가 되는 기록을 낳았다. 은실이 전혜진, 영채 강혜경 등 아역들과 「빨간 양말」 성동일, 극장 기도 정웅인 이재포 등이 모두 각광받는 광고 모델로 부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은실이」 의 성공은 어려운 시절 우리네 정서와 생활을 꼼꼼하게 그린 작가 이금림과 힘든 시대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연출한 성준기 PD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극후반부에서 인기를 의식한 특정 캐릭터의 지나친 강조는 드라마의 흠이 되었지만.
『트렌디 드라마 홍수 속에 도중하차나 당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캐릭터가 모두 살아 성공한 것 같아요』(작가 이금림) 『탄탄한 대본과 연기자들이 합심, 따뜻한 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 기쁩니다』 (성준기 PD)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아저씨」들을 TV 앞에 끌어내고 조연과 아역들이 주연 이상의 인기를 모은 「은실이」의 최근 장면. 은실이는 역경을 딛고 상경, 서울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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