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지가 뒤틀려도 신명은 남아있는 게 사람이다. 절망의 끝자락에 내동댕이 쳐진 인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진실의 몸짓, 병신춤의 공옥진씨가 3년만에 대학로에 선다. 이제 68세.어느덧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춤꾼은 그러나 지금껏 보여주던 모습으로는 성이 차질 않는다. 이번 무대에서 첫선 보일 봉산 탈춤과의 협연은 턱밑까지 받쳐오르는 세월의 오만함에 맞서는 오기다. 94년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지의 50차례 순회 공연 당시 쏟아지던 찬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부름이 아닐 수 없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정말 병신이 될 뻔 했다. 지난해 9월 갑자기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입마저 돌아갔다. 그 상태가 4개월이나 지속됐다. 광주원광대 한방병원에 입원한 그는 침 맞고 한약 먹고, 물리 치료도 겸했다.
지난 3월에야 회복세로 접어든 그는 지금 전남 영광 불갑사에 머무르며 보약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참선과 기도도 겸한다. 첫 아들이 사망한 지 4년 뒤인 22살부터 3년동안 몸을 의탁한 불가와의 인연이 그를 버티고 북돋워 주는 힘이다.
이번 공연은 공씨의 춤을 받쳐 줄 악사 (장구 아쟁 해금 피리 거문고 각 1명), 봉산탈춤보존회(무용 8명+악사 2명) 등 모두 15명이 협연자로 출연, 3년만에 갖는 재기의 무대이다. 모두 육순을 바라보는, 오랜 동지들이다.
공연 관계로 가끔 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밥 잘 묵으니, 몸은 좋다』 고만 할 뿐, 공연에 대해서는 별 말 없다는 전언. 늘 해 오던대로 한 판 흐드러지게 놀고 가는 것일 뿐.
모든 것이 즉흥으로 시작해 즉흥으로 끝나는 이번 공연은 얼추 1시간 30여분의 무대. 봉산탈춤과 함께 어우러질 병신춤, 또 누구도 예측 못할 커튼 콜 무대가 이번 공연의 압권이 될 것으로 어설피나마 예측될 뿐이다.
요즘 그는 안부를 묻는 측근에게 『몸이 가끔 저릴 뿐, 춤 추는 데는 지장 없다』며 안심시키고 있다. 3년만에 갖게 되는 공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공씨의 동물춤, 해학춤과 재담, 살풀이, 악사들의 산조 협연 등 한판 흐벅진 놀이판은 7월 3~18일 동숭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평일 오후 7시30분, 일 오후 4시. (02)743_6474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