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는 축구강국이고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 중에도 여봐란듯이 축구경기는 계속 열렸고, 축구팬들은 반미·반나토 구호를 외치며 경기를 즐겼다.그런데 지난 주말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전통의 라이벌 「레드 스타」와 「파르티잔」의 경기에서 관중들은 『퇴진 슬로보』라는 구호를 외쳤다. 슬로보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애칭. 유고국민들의 민심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주초부터 세르비아 정교회, 야당, 재야·지식인 등이 일제히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처럼 보이는 이런 상황은 그러나 밀로셰비치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그는 위기 때마다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서 민족갈등에 불을 지르고 군과 경찰,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권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과 유럽이라는 외세가 그를 밀어내지 않으면 『단돈 1센트도 주지 않겠다』며 경제재건을 미끼로 부채질을 하고 있어 전망은 예측불허다.
교회 세르비아 정교회 아르테미예 주교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밀로셰비치와 측근들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주교는 『알바니아계가 비민주적인 밀로셰비치 정권 때문에 고생을 했고, 이제는 세르비아계가 밀로셰비치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우리를 집단범죄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전범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재야 민주당과 시민동맹 등 야당들도 밀로셰비치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르비아사회당과 함께 밀로셰비치의 권력기반인 세르비아급진당은 『너무 쉽게 나토에 항복했다』는 정반대의 이유로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저명한 재야 지식인 50명은 「항의 50」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당신이 늘 말한 것처럼 정말 세르비아 민중을 사랑한다면 즉각 물러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과 재야는 「변화를 위한 연대」라는 국민운동체를 만들어 전국에 시위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 코소보에서 탈출한 세르비아계들은 대표를 뽑아 밀로셰비치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코소보도 잃고 삶도 잃었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코소보에서 돌아온 제대군인들이 밀린 월급을 달라며 다리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