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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사우디의 '낙타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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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사우디의 '낙타와 자동차'

입력
1999.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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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오는 분들은 『리야드 시내 도로망이 아주 잘 돼 있다』는 말을 자주한다. 사실 리야드는 사막 가운데 건설된 도시답지 않게 현대식 건물이 많이 있으며, 도로망이 사통팔달해 시내 어느 곳이라도 30분이내로 갈 수 있다.중심가를 관통해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고속도로는 물론 링로드라고 불리는 도시외곽 순환도로도 있다.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일반도로도 고속도로 못지 않게 잘 만들어졌다. 러시아워 이외에는 시내중심가를 100㎞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시속 120㎞인 시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과속운행하고 차량운행 제1수칙인 안전거리를 철저히 무시한다. 또 앞차 운전자들에게 길을 비키라는 뜻으로 상향등을 수시로 사용해 기분을 상하게 하며, 갓길까지 버젓이 운행한다. 일반도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안전거리가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좌우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변경도 예사로 한다.

그렇다고 교통경찰들이 근무를 태만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순찰차를 대기시켜 놓고 운전자들로 하여금 미리 조심운전하도록 유도하며, 고장차량이 생길 경우 해당 차량과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해 안전지대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곳의 교통사고는 지난해 한해동안 15만3,000여건이나 발생했고 사망자는 3,500명 부상자는 2만8,000명이나 되었다. 이중 35%가량이 과속에 의한 교통사고였다. 그래서 당국이 모든 승차자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과속운전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무튼 낙타를 타고 사막 이곳 저곳을 마음대로 다니던 아라비아 상인들의 후예인 이들의 몸에 밴 운전습관으로 봐서 감속운행이나 안전운전을 기대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을 것이다.

이곳 운전자들의 대담함과 경찰들의 관대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우디의 교통문화는 이방인들을 계속 어리둥절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최정희·KOTRA 리야드 한국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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