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은 2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귀와 눈을 비서실이 막고 있다』는 항간의 비난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김실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비서는 말이 없어야 하지만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김실장은 『김대통령은 영민하고 통찰력을 갖고 있어 눈과 귀가 막힐 분이 아니다』면서 『그런 지적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실장은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의 유임에 비난이 쏟아질 당시 『대통령이 공격받는 것 보다 비서실이 욕을 먹는 게 낫다는 생각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김대통령이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김태정씨가 외압에 맞서 비자금수사를 거부한 강직한 인물로 판단, 장관에 임명했다』고 밝힌 대목을 상기시켰다. 김실장은 『대통령의 말로 비서실의 입장은 세워졌다』면서 『그러나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대통령의 퇴장후 보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곧바로 김대통령에게 그날 저녁으로 예정된 국민회의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는 그 말을 하지 말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이 여론의 비난에 맞서는 상황을 염려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나는 생각이 다르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면서 결국 만찬에서도 그 말을 했다고 김실장은 전했다. 김실장은 또 『각 수석들이 대통령에 직보한 후 나에게 사후보고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민심이나 정보의 전달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으로 자칫 김대통령이 민심 오도의 장본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 듯 김실장과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은 『대통령은 당시 원칙과 여론 사이에서 원칙을 택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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