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물전 앞에서 한번쯤은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추자도 갈치」 「영광굴비」라는 어물전 주인 말이 맞긴 맞는 건지, 맛은 괜찮은 지, 값은 적당한 지….산수풍설(山水風雪)의 맛을 담은 특산 수산물을 제대로 사는 방법은 없을까. 수협중앙회 김인호부장은 『유통현실을 감안할 때 극소수 특장품이 아니라면 수협 유통망이 가장 믿을 만한 시장』이라고 조언했다.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수협 유통사업은 수익 못지않게 신뢰성을 중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산물이 나는 지역과 시기, 가격등에 관해 웬만큼 알면 수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전국 30개 「바다마트」나 주요 특산물 산지에 있는 22개 수협직매장을 통해 제때에,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굴비 영광 법성포 칠산 앞바다 산(産)을 최고로 친다. 참조기가 산란을 위해 칠산 앞바다를 북상할 무렵 잡은 봄조기가 그 중에서도 최고품. 요즘은 어로기술의 발달로 연근해 조기 어장이 회유경로를 따라 남쪽으로 확산돼 칠산 앞바다 대신 추자도 흑산도 제주도등지에서 어획이 이루어진다. 산지 수협 굴비는 비록 칠산 앞바다산은 아니라도 연근해에서 잡힌 것만을 쓰며, 알이 배서 값이 비싼 봄조기와 그렇지 않은 가을조기를 각각 붉은색과 파란색 띠로 꿰서 엄격히 구분·판매하고 있다. 특상품은 백화점에 비해 두름당 최고 10만원 가량 싸다.
꽃게 서해에서 동중국해에 걸쳐 잡히지만 연근해산으로는 최근 서해교전이 발생한 연평도 근해산과 서산 인천 꽃게를 알아준다. 시기적으로는 산란기 전인 5~6월에 잡은 것이 가장 맛이 좋다. 먹이활동이 왕성한 그믐밤에 잡은 꽃게가 최상등품으로 꼽힌다. 최근 서해교전의 여파로 꽃게 값이 올랐는데 수컷보다 값비싼 암컷은 ㎏당 1만5,000원 정도에 경매 돼 1만7,000원 내외에서 산지 소매되고 있다. 다른 수협제품과 마찬가지로 택배가 가능하지만 날씨가 더워 산지에서 직접 사는 편이 싱싱하다.
홍어 과거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동중국해까지 널리 분포했지만 요즘은 씨가 말랐다는 것이 수협측의 말이다. 흑산도산을 최고품으로 쳤으나 산지에서도 쉽게 찾기가 어려워졌다. 수협관계자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90% 내외의 홍어는 거의 수입산』이라고 말한다. 흑산도산은 회를 만들기 위해 식초를 치면 뼈가 흐물흐물해져서 홍어 특유의 뼈 씹히는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칠레산등 수입산은 회를 먹어도 뼈를 발라내야 할 정도다. 칠레산 홍어는 마리당 7~10만원, 흑산도산은 마리당 수컷은 20만원, 암컷은 40만원대에 산지 거래된다.
멸치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지만 기장 통영 거제 추자도 근해가 주어장이다. 1년생 어류라 잡는 시기와 크기에 따라 상품 가치가 결정된다. 부화된 멸치가 먹기에 알맞은 크기인 6~7㎤ 정도의 「중멸치」로 자랐을 때인 이른 여름에 잡은 것을 최고로 치며 생산량도 많다. 이 시기 멸치 품질이 좋은 이유는 건조에 알맞은 맑은 날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건조된 멸치는 밝은 황색을 띤다. 건멸치는 여수 거문도산이 유명하다. 품질에 따라 ㎏당 수천원~3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옥돔 동중국 해역이 주어장이지만 제주산이 유명하다. 적색 황색 백색등 3종의 옥돔이 있으나 제주 근해에서는 주로 적옥돔이 잡힌다. 제주에서 잡은 옥돔 중에서도 눈주위에 옥색빛을 띠고 꼬리 부분에 분홍빛과 노란색이 비치는 서귀포 「당일발이」옥돔을 최고로 친다.
활 옥돔에서 피를 빼내고 소금간을 약간 한 뒤 서귀포 건들바람에 말린 건옥돔도 유명하다. 당일발이 옥돔은 산지 ㎏당 2만3,000원 내외다.
갈치 갈치는 산란을 끝내고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는 가을철에 제맛을 내 가을갈치를 제일로 친다. 11~12월께 제주 서쪽 해역에 밀집어군을 형성한다.
갈치는 또 어획방법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는데, 낚시로 잡은 갈치가 크기도 가장 크고 선도가 뛰어나 고가로 팔린다. 최근 다이옥신 파동으로 제주산 갈치 값도 급락했으나, 제주산은 해역의 특성상 다이옥신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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