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나라당의 대여전략은 양극단을 오갔다. 강경론과 유화론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터져 나왔다. 정치(精緻)한 교직(交織)이 아니라 이리저리 엉킨 실타래의 모습이었다.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도대체 정국을 푸는 복안이 있기는 있느냐』며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정치력을 내놓고 나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여당의 버티기에 막혀 얻은 게 없다』며 『이총재가 정국에 함몰됐다』고 진단했다. 한달여간 이어진 여야 대치정국에서 「새정치」, 「뉴 밀레니엄 리더십」이 현실화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현실론」을 들면서 이총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직자는 『현실정치에서는 야당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극한투쟁으로 나가도 비판이 뒤따르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도 비난을 받는다』고 항변했다. 총재실의 한 측근은 『총재가 자신의 원칙과 기조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고 서해교전사태 등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서는 협조를 하는 등 야당이 바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총재는 28일 대국민 사과에 이은 후속조치를 강조한 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고 다시 강경론쪽으로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총재실 주변에서는 『마냥 힘겨루기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유화론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다음달 1일 국회 대표연설을 지켜봐달라』고 주문, 이총재가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측근은 『대표연설은 정부여당과 한나라당 내부 양쪽 모두를 겨냥한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총재의 복안이 정국해소 방안을 넘어 신화 당직개편 신화 제2창당 준비위원회 구성 등 획기적인 당의 구조조정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성욱기자 feelcho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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