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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KBS1TV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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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KBS1TV '세계는 지금'

입력
199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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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에는 안봐도 그만인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에만 열심인 토크쇼, 사생활을 몰래카메라로 마구 잡아내는 오락 프로그램, 남녀 삼각관계에 이골이 난 드라마…. 이럴때면 매주 월~수요일 밤 10시부터 15분동안 방송되는 KBS 1TV 「세계는 지금」(연출 남기석 고희일 등)을 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는 우리가 몰랐던 세상 구석구석의 표정이 담백하면서도 솔직하게 담겨 있다.7일 방송된 「무너지는 중산층, 멕시코」편. 제작진은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동병상련의 국가, 멕시코를 찾았다. 연 177%라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곳의 현재 모습을 전한 것은 여느 보도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프로그램은 대학등록금 납부거부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의 상기된 표정으로부터 멕시코의 무너지는 중산층의 단면을 읽어냈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한다」라는 명제를 이보다 더 설득력있게 표현할 방법이 또 있을까?

22일 「헝가리 최대의 소수민족 집시」편은 낭만적인 일면만 우리에게 부각된 집시민족의 빈곤상을 충격적으로 전했다. 자본주의로 이행한 뒤 더욱 어려워진 이들의 삶을 막노동꾼, 실업자, 유치원교사의 일상으로 보여줬다. 「집시는 더럽고 무식하다」라는 헝가리 국민의 편견때문에 초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집시 어린이들의 검은 눈동자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이밖에도 마케도니아 난민촌에 모인 코소보 난민들의 힘겨운 이산가족찾기(5월 26일), 사민당 의원의 일상을 통해 살펴 본 독일의 선진 의회민주주의(6월 16일) 등 지리적 거리는 멀지만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소재들을 다뤄오고 있다. 94년 10월 10일 방송을 시작, 벌써 4년 8개월째다.

「세계는 지금」은 물론 외양이 화려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유명 MC가 감칠 맛나게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함박웃음을 전할만한 자극적인 소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취재PD의 담담한, 때로는 어눌하기까지 한 내레이션과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은 화면만이 준비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바쁘고 힘든 우리 일상 속에서 잠시 짬을 내 시청할만한 타산지석의 미덕이 살아 숨쉬고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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