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에 있는 앨라배마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낙후된 주 가운데 하나다. 아직도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Confederate)에 대한 향수가 주민들에게 적지않게 배어 있을 정도로 가장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곳은 인종차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60년대 미국 사회에 흑인 민권운동이 거세게 몰아쳤을 때 주요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이 앨라배마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앨라배마주는 유일하게 다른 인종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갖고 있다. 물론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이미 오래전에 효력을 상실했지만 앨라배마의 주 헌법에는 「주의회는 백인과 흑인간의 결혼을 인정하거나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할 수 없다」는 조항이 아직 남아 있다.
케케묵은 이 조항이 바로 앨라배마의 낙후성을 상징한다해서 주헌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지난달 앨빈 홈즈 주의원이 주헌법 개정을 위한 주민 찬반투표 실시법안을 주의회에 제출,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연하기 짝이 없는 이 변화에도 역시 저항은 있었다. 10월12일 앨라배마 주당국은 복권발행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키로 돼 있었다. 그런데 주헌법 개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이 때 한꺼번에 실시하지 않고 내년 대통령 선거 때 하겠다고 나섰다.
주의회에서는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믿었지만 주정부쪽에서는 「법안에 주민투표의 날짜를 못박지 않는 한 가장 가까운 선거일에 하는 게 관행」이라고 원칙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미 휴지조각이 돼 버린지 오래된 헌법조항을 없애는 것에도 적지않은 반대여론이 있는 것이다. 가급적 변화를 늦추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직도 몇몇 동네에서는 결혼한 흑·백 부부가 법원에 결혼증명서를 받으러가면 『용지가 다 떨어졌는데 나중에 연락해주겠다』고 돌려보낸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변화는 항상 쉽지 않은 모양이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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