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병원에 입원중인 민영미(35.여)씨는 27일 입원 이틀만에 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등 점차 건강을 되찾고 있다.○…26일 밤 두 아들과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을 나눈 민씨는 이날 오전 7시40분께 쌀밥과 죽, 삼치구이, 배추나물, 잡채 등으로 짜여진 밥상을 절반 정도 비웠고 점심 때도 빵, 수프, 야채샐러드, 오렌지, 수박 등으로 짜진 밥상을 남김 없이 비웠다.
10시30분께는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이 병원을 찾아와 5분 가량 민씨를 면회했다. 흰색 모자에 체크무늬 점퍼와 하늘색 바지 차림의 정 명예회장은 민씨의 손을 잡고 건강상태 등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눴으며 억류생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함께 했던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과 민씨는 아무 말 없이 서로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민씨가 입원중인 92병동 주변에는 관계당국의 철저한 통제가 계속됐다. 특히 경비를 맡은 경찰은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명단을 따로 작성해놓고 신원을 확인했으며 전공의실과 간호사 탈의실에 출입하는 병원직원들의 출입도 일일이 점검했다.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요원들도 민씨의 바로 옆 병실에 머물면서 수시로 병실을 드나들어 억류경위와 북한에서의 조사과정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병원 관계자는 『민씨는 어제 오후부터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지만 구체적인 조사과정과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씨의 남편 송준기(38)씨도 『정부요원들이 아내에게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을 물어보는 것 같았다』면서 『조사를 받을 때는 병실 밖으로 나와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당초 민씨와 두 아들과의 상봉장면을 공개하기로 했었지만 두 아들의 도착이 임박해 민씨가 자필로 쓴 「사과문」만을 배포한뒤 공개를 거부했다. 사과문에는 또박또박한 글씨체로 「국민 여러분, 그동안 많은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병원 주변에서는 『환자가 쓴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씨가 깨끗하고 또렷하다』, 『민씨가 거의 정상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등의 말이 나돌았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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