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미씨 친정집 스케치 -『어젯밤에 엄마랑 같이 아빠 사무실에 가는 꿈을 꿨는데 오늘 만난다니 너무 좋아요』
민영미(閔泳美·35)씨가 풀려난 25일 저녁 민씨의 대전 친정집에 머물며 풀이 죽어있던 두 아들 송준영(12)·종훈(7)군은 외갓집 식구들이 『엄마가 오늘 온다』고 알려주자 『야호』하며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엄마랑 금강산관광을 떠났다 혼자 돌아온 종훈군은 『엄마를 만나면 꼭 끌어안고 뽀뽀해줄 거예요. 커다란 로봇도 사달라고 해야지…』라며 기뻐했다. 형 준영이도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빨리 먹고 싶어요』라며 동생을 얼싸안았다.
민씨 친정 가족들도 『영미의 건강한 모습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고 기쁨의 눈시울을 붉혔다. 고혈압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대전집에 남아있던 민씨의 친정아버지 영호(永鎬·73)씨는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겠다. 내 아 버리겠다』고 호통을 치면서도 『애가 놀라면 몸이 마비되는 증세가 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고 건강을 걱정하며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오빠 영선(泳善·41)씨는 『혹시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는데 너무 다행스럽고 기쁘다. 그동안 여동생의 석방을 위해 도와주고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종훈이는 오후 6시15분께 엄마를 마중하기 위해 셋째 외숙모 최정순(崔貞順·42)씨 등과 함께 외삼촌 트럭을 타고 속초항으로 향했다. 『엄마를 곧 보게 된다』는 설레임에 말도 안한채 크게 숨을 내쉬곤 했다. 그러나 도중에 외삼촌으로부터 「엄마가 속초에서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은 후 곧바로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되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민씨의 남편 송준기(宋俊基·37)씨는 이날 오후 현대직원들과 함께 현대측이 마련한 승용차편으로 속초항으로 떠났다. 송씨는 『오늘 오전 현대측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을 것같다.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해들었는데 이렇게 협상이 급진전될 줄 몰랐다』며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게돼 너무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영미씨의 친정집에는 TV뉴스를 보고 석방 사실을 안 친척과 이웃들로부터 축하전화가 잇따르고 취재진 20여명이 몰려들어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가족들은 영미씨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남편 송준기(宋俊基·38)씨와 상의해 영미씨를 대전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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