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과 강경진압으로 시소게임을 해온 정부와 노동계가 25일 오랜 갈등을 풀면서 대화국면으로 급선회했다. 정부는 구속·수배노동자 문제 해결, 예산편성지침으로 사문화된 공기업의 단체협약 존중을 약속하며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노동계는 파업철회, 단식농성 중단 등으로 화답했다.특히 김대중대통령은 금명간 양대 노총위원장과 회동할 예정이어서 노정간의 전선은 장외에서 노사정위 복원 등 제도적 틀로 새로 짜여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을 만들기까지 양측 모두 안팎으로 복잡한 계산과 갈등과정을 거쳐야했다. 우선 정부측. 한국노총과 합의한 내용만 해도 진념 기획예산처장이 『단체협약을 우선한다는 것은 예산편성지침을 포기하고 공기업 구조조정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라며 「사퇴불사」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막판까지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노총에 약속한 구속노동자 문제 역시 법무부 일각에서 『불법파업으로 구속된 노동자에 대한 시혜성 조치는 절대 없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무슨 꼴이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발도 노정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청와대 및 여당의 정국운영방침이 서면서 물밑으로 잦아들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잇단 각료경질과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등으로 민심이반이 극심한 상황에서 출범초 「동지」였던 노동계가 「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낭패』라며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정부내 반대론을 적극 무마하고 중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퇴색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현 국면에서는 노동계 배제보다는 끌어안기가 경제회복 및 국정정상화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노동계 역시 파업유도 의혹에 맞선 파업투쟁 참여자가 5,000명도 되지않는 등 사실상 「투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강공만 고집하기는 어렵다는 계산을 거쳤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투쟁보다는 협상이 훨씬 유리한 수단』이라며 『정부태도에 따라 전혀 새로운 노정관계 및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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