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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독립] 검-경갈등 '물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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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독립] 검-경갈등 '물밑으로'

입력
1999.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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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수사권독립 논의시점 아니다' -김대중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독립문제는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히자 경찰의 검찰 파견직원 복귀지시로 한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수사권독립 관련 검·경 갈등이 청와대의 조정으로 다시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 속은 격앙 겉은 자제 검찰은 최근 경찰의 「비승인 파견 경관 복귀」지시와 「범죄첩보 수집반」신설 방침 등 일련의 움직임이 향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국가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끼리의 갈등이나 「밥그릇싸움」으로 외부에 비쳐질 것을 우려, 표면적으로는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25일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수사권독립 문제를 공식의제로 채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경찰이 연초부터 제기했던 수사권 독립문제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지시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론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내심 불쾌해하고 있다.

특히 「고가옷 로비의혹」사건과 전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 등으로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을 경찰이 이용, 수사권 독립을 위한 일련의 「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고 크게 격앙돼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대통령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한 논의를 중지토록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밑에서 조직적으로 반기를 드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일선 검사들은 특히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추진해온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사실을 중시, 이들을 군내 「하나회」에 비유하며 「경찰대 폐지론」마저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의 한 검사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들이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수인력으로 알려진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등 민생 치안보다는 검찰과의 힘겨루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경찰 "논의중단" 긴급지시

경찰 수뇌부는 25일 경찰간부들에게 수사권 독립과 관련된 논의나 지침하달을 모두 중단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수사권 독립요구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수서경찰서가 지난달 25일부터 민원실 앞에 경찰 수사권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홍보전단을 부착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찰은 이날 오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부랴부랴 떼어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 한 경찰간부는 『공식적인 움직임은 중단되겠지만 오히려 어떤 돌출상황이 벌어질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경찰 간부는 『그동안 수차례 수사권독립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적이 없다』며 『또다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경찰대 출신의 젊은 경찰간부들의 움직임. 기존 경찰간부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해온 이들은 그동안 사실상 수사권독립 움직임을 이끌어온 핵심세력. 한 경찰간부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야말로 경직된 경찰조직에서는 「노동조합」과 같은 존재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간에 이들을 중심으로 다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권독립 움직임은 당장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겠지만 언제든 다시 튀어나올 수 있는 「뜨거운 감자」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라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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