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근 일련의 의혹사건에 대한 대여투쟁 과정에서 무책임한 「치고 빠지기 전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을 생산적으로 비판·견제해야 할 야당 본연의 역할을 외면한 채, 정체불명의 설(說)과 리스트에 근거한 정치공세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당내 일부 강경론자에 맹목적으로 이끌려 가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정국 대처방식의 문제점은 뭔가 = 한 당직자는 『정국 불안의 일차적 책임이 여당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불분명한 정보나 시중의 루머에 근거한 우리 당 지도부의 폭로식 대처방법도 공당(公黨)답지 못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사안의 성격상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각종 「첩보」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확대 재생산을 하는 바람에, 여당의 실정을 바로 잡는 순기능 보다는 도리어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해 교전사태 이후 「신북풍」의혹을 제기하고 「이형자 리스트」등을 정치쟁점화 하는 과정에서, 당내 일부에서는 『이슈가 되면 좋고, 안되면 상처내고 빠지면 되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논란거리가 될 성싶은 민감한 사안은 공식발표 과정을 밟지않은 채 슬그머니 흘려놓고, 정작 문제가 되면 발뺌하는 경우도 있다.
이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불신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검찰이 아무리 제대로 수사해서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일단 일을 터뜨려 놓으면 저절로 굴러가고, 진위와 무관하게 국민에게 먹힌다』는 심사다. 이와관련, 이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북풍」의혹 제기와 관련,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누가 강경론을 주도하나=『우리 당이 000 의원 당인지, xxx 의원 당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당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총재가 강경론자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이 추구해야 할 새 정치를 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이총재 주변인사 중 합리적 대여관계를 주문하는 중진의원들은 아예 뒷전으로 물러났거나 등을 돌린 상태이다.
주요 당직자회의 등 당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특정 개인이 「북치고 장구친다」는 불만도 높다. 이에 따라 『모든 사안을 과거의 공작이나 음모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당직자들을 배제시키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총재에게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총재가 편향된 정보때문에 자칫 균형감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야당총재로 돌아가는 것이 본인이 표방한 「뉴밀레니엄 리더십」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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