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학협회(AMA)는 70만명에 달하는 미국 의사들의 모임이다. 의사들의 로비단체 역할을 해온 AMA가 「노동조합」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23일 시카고에서 있었던 연례이사회에서 AMA내에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단체협상을 벌일수 있는 기구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고소득과 상류층의 대표적인 직종으로 여겨져 왔던 의사가 이제 「노동자」로 변신하는 것이다.미국의 반독점법에는 종합병원등에 고용되는 의사들에게만 노조참여가 허용되고 있다. 개업의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나 전국적인 단위로 의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위법이다. 현재 의회에서는 의료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안을 마련중에 있는데 의사들을 반독점법의 적용대상에서 푸는 것도 논란거리중 하나다. AMA의 강력한 로비를 받고 있는 의회쪽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행정부쪽에서는 『의사의 노조 결성을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극약처방을 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AMA쪽도 할 말은 많다. 많은 의사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은 물론이고 치료와 처방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무조건 비용절감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보험회사들로 인해 의사들은 이미 약이나 시술을 처방할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다고 말하고 있다. 로버트 피토프스키 AMA회장은 『종합병원이나 보험회사들의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의사들을 대변하는 조직이 나서서 단체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0년동안 의사의 특수한 신분과 권한을 지키는데 노력해온 AMA도 결국 세태의 변화에는 어쩔수 없었던 모양이다. 독립적인 권위를 누렸던 의사도 이제는 거대한 의료체계 속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의사노조가 생기고 나서 단체협상이 결렬되었을 경우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무를 지켜야하는 의사들이 과연 파업을 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재민특파원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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