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찰] 기강해이인가 소신주장인가 '건빵항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찰] 기강해이인가 소신주장인가 '건빵항명'

입력
1999.06.26 00:00
0 0

서울 영등포경찰서 이성호(李成浩)서장은 최근 1인용 건빵 5봉지와 종이쪽지 한 장이 들어있는 뜻밖의 소포를 받았다.종이쪽지에는 「이런 건빵도 있습니다. 앞으론 이런 건빵을 주세요. 서울경찰청 특별기동대 전○○ 순경」이라고 씌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던 이서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 전순경이 누구이고 왜 이런 소포를 보냈는지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1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날 전순경(31)을 포함해 서울경찰청 특별기동대 소속 직원들은 경제인들의 행사가 열린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출동, 외곽 경비를 맡았다.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경비를 서자 이서장은 관례대로 부하 직원을 시켜 간식으로 40㎏짜리 건빵포대를 돌려 나눠 먹도록 했다. 그러나 전순경은 『1인용으로 봉지에 들어있는 있는 건빵도 있는데 포대로 주는 바람에 나눠 먹기가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먹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결국 이서장은 전순경이 건빵포대에 불만을 품고 항의표시로 소포를 보내온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 젊은 경찰관들이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주장을 상관에게 소신껏 말하는 신세대들이라고는 하지만 전순경의 돌출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이서장은 해당 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순경의 행동으로 봐서 언젠가 경찰조직에 해가 될 수 있는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니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해프닝이 알려지자 경찰관들은 『경찰조직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경찰의 기강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항명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찰청장 동생의 공사수주 개입 의혹 사건이나 경찰청 전 정보국장의 수뢰 사건 등으로 신망을 잃은 경찰간부들에 대한 내부적인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전 은평경찰서장의 경찰청장 동생 공사수주 압력 폭로나 전순경의 「건빵항명」 등을 보면 경찰조직의 원동력인 상명하복이 깨져가는 것 같다』며 『이런 일들이 결국 공무원 기강해이로 발전하고 나아가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단초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