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6일일까.북한측이 24일 베이징 남북차관급회담 2차회의를 26일에 갖자고 우리측에 제의해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은 남북예비접촉에서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한 비료 20만톤중 나머지 10만톤의 북송을 개시키로 한 날. 따라서 북한이 중단됐던 차관급회담 재개 일자를 이날로 잡은 것은 추가 비료지원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우리대표단의 단호한 태도에서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 나머지 비료 10만톤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우리 대표단은 「북측에 전화연락을 하지말고, 만일의 경우 철수할 것도 대비하라」는 본국 훈령을 받고 북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또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등 당국자들의 언급을 통해서도 이산가족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추가 비료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비료 10만톤은 식량 30만톤의 증산효과가 있기 때문에 북한측이 이를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우리측의 판단이다.
북한은 차관급 회담을 미루면서 민영미(閔泳美)씨 사건을 이용해 현대측으로부터의 「보상」을 극대화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우리측은 북측의 2차회의 개최 제의로 비료 10만톤이 아직도 유효한 지렛대라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보다 적극적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25일 실무접촉에서 서해교전 문제 제기 이전에 이산가족문제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북측으로부터 받아내고 이산가족 시범사업에 대한 대강의 사전합의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관급회담 정례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 등 예비접촉의 내막적 합의사항 이행을 북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의 이런 전술이 먹혀들면 2차 회의에서 이산가족문제에 상당한 진전을 볼 가능성이 높다. 북측이 최근 서해교전문제 사과가 이번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밝힌 것도 회담전망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북측이 이미 지원된 비료 10만톤에 만족하고, 관광객 억류사건을 별건으로 처리할 생각이라면 26일 회의는 회담결렬을 위한 사전수순일 것이다. 또 우리정부도 민영미씨의 조속한 송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설령 이산가족문제에 진전이 있더라도 비료 지원을 개시하기가 힘들다. 결국 베이징 남북차관회담은 민씨의 송환과 연계돼 진전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26일의 2차회의가 이번 차관급회담의 마지막 회의가 될지, 아니면 3차회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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