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새 자동차나 신모델 핸드폰에 대한 열망이 대단한 나라도 없을 지 모른다. 이런 곳에서 유행을 좇는 대중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것도 10여년을 이 「바닥」에서 버틴다는 것은.김종서는 말한다. 『아티스트만의 스타일을 인정해주는 풍토라면 훨씬 많은 정열을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투자할 수 있었을 거에요. 대중은 항상 변하고, 가수는 그것을 포착할 뿐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는 선도까지 해야죠. 그게 대중가수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은 김종서라는 이름만으로도 그의 음반을 선택할 지 모른다. 『20대 후반부터는 「겨울비」 「대답없는 너」, 즉 트로트의 느낌이 가미된 록발라드로 제 노래를 기억해요. 반면 그보다 어린 팬들은 「플라스틱 신드롬」이나 「추락천사」 처럼 파격적인 록을 하는 가수로 기억해요. 그 둘 다 「나」의 모습이겠죠』
실제 그는 비난과 찬사를 한몸에 받는 가수중의 하나이다. 그처럼 대중의 기호를 적절히 맞추고, 때로 선도하는 가수도 없다는 평가에서부터 뽕짝 느낌의 인기 발라드만 만들어 낸다는 것까지.
김종서는 확실하다.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을 해놓고서는 예술성 높은 음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은 인정할 수 없어요. 대중은 가장 정확한 사람들.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조금씩 진보된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바로 그것이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가수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월 「에필로그」 「희망가」등이 담긴 6집 이후 정규 앨범으로는 1년 5개월만에 나온 7집 「Bell West」는 「대중을 무서워하는」 김종서의 대중지향적 노래가 가득하다. 『뽕짝 느낌이 강하다』 『펑크 스타일로 참신하다』등 반응은 엇갈리지만 듣기편한 것만은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전부터 애착을 가져온 「펑크」의 색채가 훨씬 강해졌다. 타이틀 곡 「실연」은 레게와 더불어 자메이카 음악의 기층을 이룬 스카(Ska)사운드와 흑인음악에서 파생된 리듬감의 펑크 사운드를 합친 것. 『스카(Ska)는 「꿍짝꿍짝」의 의성어라고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꿍짝꿍짝 하는 리듬을 좀 빠른 박자로 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흥겹고 재미있어요』 「실연」은 『가사를 들으려 하지 말고, 그냥 리듬 흐름에 몸을 맡기고 즐겨 달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빠른 기타 리프(riff:반복 악절)에 경쾌한 브라스 사운드, 김종서의 뽕짝스타일의 보컬이 감칠 맛 난다. 제목과 달리 신나는 사운드가 매력적.
폴 매카트니를 좋아하는 그가 비틀즈에 바치는 복고풍의 「Loving U」, 보컬이 뒤로 숨는 대신 연주와 부드러운 멜로디 라인이 선명한 「하나」는 대중적 인기가 예감되는 곡. 스크래치(긁는 소리)의 매력이 듬뿍한 하드코어 펑크 「나는 나」, 뒷전에 물러서 있는 386세대에게 「나와서 놀자」고 랩으로 말하는 「386」, 단순한 펑크곡 「내게 보여줘」는 새 질감의 노래를 향한 노력이 엿보인다.
인기가수 김종서는 이제 대중 앞에서 더욱 작아지려 노력한다. 바로 그것이 데뷔 12년을 맞는 김종서의 여전한 인기 비결인지도 모른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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