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이 이상해졌다. 때아닌 「립싱크」(lipsync) 옹호바람이 거세다.가수 출신의 기획자 이수만(SM기획대표)씨는 KBS2 「파워 인터뷰」(12, 19일 방영)에서 『립싱크는 외국 가수들도 다한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립싱크를 몰아 세우느냐. 표절도 당사자들이 고발하지 않는 이상 제3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남의 것을 인용해서라도 더 잘만 만들면 그만 아니냐』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의 「충격선언」을 두고 『립싱크 가수를 옹호하는 논리라면 인기 그룹보다 차라리 사이버가수 아담이 더 낫다고 말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비난을 하는 네티즌도 많다. 「표절」 부분은 당초 방송이 되지 않았다가 네티즌들이 「왜 표절문제는 거론치 않느냐」고 항의하자, 지난 주말 특집방송에서 내보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핑클」. 20일 MBC_TV 「섹션TV」의 「테마토크」에 출연, 『자신들이 립 싱크한다고 비난할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고, 프로그램은 「친절하게도」 그들의 인기비결이 가창력과 빼어난 외모라고 상세한 설명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진짜 라이브를 잘 하는 가수인가. 공중파 유일의 가요순위 프로인 「SBS 인기가요」(20일)에서도 핑클은 립싱크로 일관했다. KBS2 TV 김충 PD는 『핑클이나 유승준 등은 라이브 형식을 취한다해도 이미 만들어 놓은 음악에 보이스를 입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대충 입만 맞추고, 이미 준비해 놓은 라이브 테이프를 틀어놓는 것이므로 「현장성」없는 「무늬만 라이브」인 것이다.
사실 립싱크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방송사 사장이 바뀌어 「개혁」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립싱크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수들과 제작자를 방송이 앞장 서 「옹호하는 논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형 PD 수뢰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에서는 『가요 프로그램의 문제도 짚고 넘어갈 것』이라는 암시가 있었다. 가요 매니저들 사이에 『총알 썼느냐』는 공공연한 은어는 바로 일부 방송PD에 대한 로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시점에 방송사들이 앞다퉈 립싱크 가수를 옹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자기 합리화」가 오히려 의혹을 더 크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