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당.보위부.무력성.외무성 등 '따로따로' -『서해교전 와중에서도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금강산관광이 돌연 관광객 억류로 좌초위기에 빠지고, 차관급회담은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도 분명치 않고…』
베이징(北京)의 북한전문가 말처럼 북한이 최근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남북현안들을 처리하는 태도에서는 전에 없는 혼란상이 두드러진다. 북한내 각 기관들마다 서해교전보복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벤트」를 벌이고있으나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인상이다.
금강산관광객 억류는 국가보위부, 차관급회담은 노동당, 유엔사·북한군 장성급회담은 인민무력성, 북·미고위급회담은 외무성이 각각 해당 주무기관이다.
이들 각 기관이 여러 현안들을 동시에 다루면서 서로간의 충성경쟁, 이해상충 등의 현상이 표출되고 있고, 이 때문에 각 현안들의 해결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금강산 사업을 관장하며 막대한 외화를 챙겨온 노동당산하 아태평회위는 국가보위부가 관광객을 억류, 사업전체에 제동을 걸고나선데 대해 불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서해사태로 심대한 피해를 입은 인민무력성은 비료 10만톤의 남측지원을 받으려는 노동당 통일선전부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미묘한 상황은 각 기관의 책임을 맡고있는 핵심실세간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백남순(白南淳)외무상,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상,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 김영룡 국가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우선 소속기관의 이해를 대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의 독특한 권력시스템과 이에 따른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일인지배 구조의 유지를 위해 당·정·군을 엄격히 분리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일관성있는 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사안마다 김정일(金正日)총비서의 총괄지배·조정이 전제돼야하나 현실적으로 일개인이 이같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현안들이 말끔히 조율되기까지에는 앞으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특히 차관급회담에서 박영수(朴英洙)북측단장이 군부를 의식, 첫 회담에서 서해사태관련 발언으로 일관했지만 내부 의견조율이 이뤄지면 이산가족문제 해결이 쉽게 진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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