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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계의 '경박한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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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계의 '경박한 격려'

입력
199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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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극단에 격려금을 준 것 뿐인데 뭐가 문제가 됩니까』기업인들이 지난 달 말 러시아에서 손숙(孫淑)환경부장관에게 2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23일,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전경련관계자는 『언론이 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항변하기까지 했다.

손 장관의 해명대로 공연자들에 대한 재계 인사들의 격려금 전달은 흔히 있는 일이다. 연극계가 각종 격려금 등을 통해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기업간의 숙명적인 갈등관계와 기업들의 「전과(前科)」를 감안하면 「2만달러 격려금」은 결코 격려할 수 없는 일이다. 격려금의 액수를 보자. 손 장관은 공연이 끝나면 1회에 100만~2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의 격려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비해 2만달러(약 2,400만원)는 너무 많다. 전달방식도 석연치 않다. 연극공연을 주최한 정동극장측이나 연희단거리패극단에 건네는 형식이었다면 「미담」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무대에 선 손장관」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기업들의 공개적 간접로비였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기업인들은 격려금 모금과 전달에 앞서 국민들이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검은 돈에 대한 기억을 되뇌어보아야 한다. 기업의 문화활동 후원은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기업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부장관을 통해 이루어진 격려나 후원은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국민들은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재계의 처신과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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