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악호 관광반장.조장이 전하는 억류.협상과정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35)씨의 억류과정과 관련, 풍악호 가반 4조의 관광반장과 관광조장이 관계기관에 제출한 사건경위서가 밝혀졌다. 민씨는 22일 오후 억류중이던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온정리 금강산여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반 4조 관광조장
관폭정에서 민씨가 폭포옆 한자로 암각된 「미륵불」의 「미」자를 몰라 북한 남자관리원에게 묻자 한자를 가르쳐 주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민씨가 관리원 나이가 『60세 정도로 보인다』고 하자 관리원은 『10세나 많게 보았다』며 민씨의 나이를 물었고 민씨는 『40세』라고 대답했다.
민씨가 『김용씨, 전철우씨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았냐』고 물었고 관리인은 『보았다』고 했다. 이어 민씨가 『두사람이 TV 개그프로에도 나오고 냉면가게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 두사람을 보니까 남과 북이 통일되어서 같이 살면 잘 살 것 같다』라고 하자 관리인도 『통일이 되어서 같이 잘 살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관리인은 그러면서 관광증을 빼았아 가지고 관폭정에서 무봉폭포를 갔고 민씨는 관리인을 따라갔다. 무봉폭포에서 여자관리인이 불러주는대로 사죄문을 썼고 위반금 100달러를 요구해 98달러(나머지 2달러는 주차장에서 지급하기로 하고 관광증을 받아 하산)만 주고 영수증을 받았다.
주차장에서 민씨 일행으로부터 2달러를 받아 조장이 전해주자 민씨를 데리고 오라고 하더니 다른 남자 관리인이 관광증을 다시 빼았았다. 관폭정에서 대화했던 남자관리원은 『민씨가 36세이면서 40세라고 거짓말을 했으며 통일이라는 말은 전혀 안하고 남쪽 생활을 선전하고 귀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씨는 『남쪽에서는 옛날 어릴때 아이들이 많이 죽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호적에 올리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40세』라고 설명한뒤 『통일이 돼 같이 살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으며 귀순하라고는 하지 않았다』고했다.
◆가반 반장이 밝힌 협상과정(20일)
▲오후 1시40분=관폭정에서 대화중 사건 발생.
▲오후 5시20분=통행검사소에 도착 일정대로 출국절차 진행. 사고자 1명과 담당조장, 반장 등 3명만 남고 장전호 출발.
▲오후 7시10분=세관직원이 관광객 소지품 검사를 요구. 소지품 검사중 빈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울 것을 요구. 반장과 조장에게 풍악호 복귀를 요구. 관광객과 동행하지 않고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응답.
▲오후 7시30분~8시40분=현대 임직원과 북측 지도원(간부 최선생)과의 협상이 있었으나 민씨와의 면담을 끝내 거절. 북측 『북측 관리원에게 귀순공작을 했으며 그 내용은 사죄문에 기재되어 있다』, 남측 『죄목이 확실하지 않으며 억류는 안된다』
▲오후 8시40분=북측 최선생 일행은 상부 지시사항에 따를 뿐이라며 대화를 중단하고 차량으로 이동(다시 돌아올 의사를 비춤).
▲오후 9~10시=민씨가 화장실 사용을 위해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서 통행검사소로 이동. 민씨는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울먹이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 보았으며 우리는 안심시키는 말을 큰 소리로 전달.
▲오후 11시=북측 최선생 일행이 통행검사소로 돌아와 회의를 요청했으나 자신들의 내부 회의(40~60분 정도)를 먼저 시행.
▲21일 0시=내부회의를 마친 최선생 일행. 『민씨의 잘못은 기정사실이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야하며 법과 관련된 부서에서 온 사람이 사건내용을 파악할 것이다. 민씨와 현대측과의 대면은 절대 불가하다』, 현대측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항변하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상부의 지시다』고 대답.
▲21일 오전 4시30분=북측 최종 통보. 『민씨는 끝내 자술하지 않았으며 귀순공작 사실을 부인했다. 그녀는 프로다』
▲21일 오전 6시30분=통행검사소에 인원을 보내 『민씨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통보.
/동해=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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