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회담 표정 -○…23일 베이징(北京) 차이나월드호텔(中國大飯店)에서 개막된 북미고위급회담은 회담시작 1시간 전부터 50여명의 각국 보도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등 각별한 관심속에 진행됐다.
오전 10시3분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중북한 대사관 송봉한(宋鳳漢) 경제공사의 벤츠 280S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자 호텔입구는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북측 경호원들과 미군, 호텔 보안요원들과 보도진들이 서로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카메라맨 10여명이 넘어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김부상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보도진의 질문에 답했으나 이내 경호요원들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로 이동, 17층 찰스 카트먼 미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의 방으로 직행했다. 회담대표인 두사람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담한 뒤 회담장인 지하1층 다공능룸(多工能房)으로 내려갔다.
김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거론되며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북한 보고서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회담 전망을 묻자 『아직 회담이 시작도 안됐는데 전망은 무슨 전망입네까』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비공개」라는 전제가 붙은 북미회담이지만 미국과 북한측 모두 철저한 보안을 유지, 22일 오후까지 김부상이 베이징에 왔는 지, 회담이 열리는 지 여부는 물론, 장소와 시간조차 알려지지 않아 관계자들을 애태웠다.미국측 관계자도 『카트먼 대표가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함구령을 요청했다』며 일체 노코멘트.
카트먼 대표는 이 호텔 17층의 16개 방을 빌려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측 대표는 물론 북한측 대표들도 회담 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한 배려라는 전언.
○…이날 회담에서 북측은 지침을 받은대로 서해교전과 관련해 한국을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부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53년 정전협정 당시 조선영토로 확정됐음을 강조하고 교전시 미국의 군사행동 움직임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거론되는 현안 하나하나가 북한 실세들이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서해교전은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상, 북미회담은 백남순(白南淳) 외무상, 차관급 회담은 김용순(金溶淳)아태평화위원장,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은 국가보위부가 각각 관장, 잇단 비난성명을 동시다발적으로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들은 각 분야의 책임자들로 최근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어느 자리에서나 강도높은 비난성명이나 항의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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