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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장관 파문] "2만불이 격려금…" 공직사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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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장관 파문] "2만불이 격려금…" 공직사회 술렁

입력
199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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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옷·그림 로비의혹사건, 경찰청장 동생의 청탁 의혹 사건 등으로 고위 공직자의 처신이 비난을 받고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손숙(孫淑)환경부 장관이 거액의 격려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특히 정부가 공직자 준수사항까지 제정, 공무원에게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못받게하고 경조사비 수수까지 제한하는 마당에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물의를 일으켜 하위 공직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박탈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손장관은 지난달 24일 장관에 취임한 뒤 곧장 러시아로 출발, 29,30일 현지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했다. 손장관은 당시 『업무파악도 하지않은 채 외국에 공연을 떠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일부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 『이미 예정된 일』이라며 공연을 강행했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현지서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격려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장관은 23일 『장관이 아니라, 배우로서 격려금을 받았다』며 『격려금 수수는 연극계의 관행』이라고 밝혔다. 또 격려금은 그의 손을 거쳐 곧바로 극단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그가 스스로 쓴 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격려금은 공개된 자리에서 오갔고 대가성이 없다는 점에서 뇌물과는 분명 성격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엄연한 현직 장관으로서 격려금을 받은 것은 분별력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관이 「연극계의 관행」만을 따르는 것은 공직자로서 온당한 처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손장관이 배우인지, 장관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었던 환경운동연합도 『실망과 함께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 공무원은 『기업과 환경부는 업무 관계상 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기업인들이 주는 격려금을 순수한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격려금의 규모가 너무 큰 것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있다. 한 하위직 공무원은 『2만달러는 단순 격려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라며 『장관은 거액을 받아도 상관없단 말인가』라며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장관이 아니라 일반 배우였다면 그 정도의 액수를 격려금으로 받을 수 있었을까』라며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공무원은 『퇴출이다, 임금 삭감이다 해서 공무원의 사기가 잔뜩 꺾여있는 마당에 정작 높은 양반들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니 답답하고도 억울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단체들도 『고가옷 로비의혹사건 등으로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장관이 아직도 배우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며 『장관이라면 공인(公人)으로서의 엄격한 도덕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손장관이 일단 장관으로서 품위가 손상되는 등 조직을 통솔하는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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