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토라기 보다는 이번 공습을 주도한 미국의 승리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부인 힐러리와 딸 첼시를 데리고 22일 마케도니아의 난민촌과 이탈리아의 아비아노 공군기지를 방문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미국인을 대표한 일종의 승전 축하 행사였다.클린턴 대통령은 난민촌 소년들과 얘기를 나눴고, 어린이들을 안아주었고, 발칸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난민촌의 허름한 천막앞에서 이번 전쟁의 당위성을 설명한 그의 연설은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종교나 인종으로 인해 차별받고, 처형되어서는 안됩니다』 몇 시간뒤 조종사복을 입고 아비아노 기지의 조종사들 앞에서 승전의 의미를 부여할 때는 더욱 극적이었다. 『당신들과 난민들은 모두 명예롭게 돌아갈 것입니다』 클린턴은 한술 더 떠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코소보와 같은 형태로 미국의 분쟁 개입정책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젊고, 말 잘하는 클린턴 대통령은 역시 미국 최고의 「스타」였다. 난민들은 「U_S_A」와 「클린턴, 힐러리」를 연호했고, 나토군 조종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이 전쟁이 던진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번 전쟁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주권국가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나라가 유엔 결의도 없이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전쟁이 과연 국제법상으로 합법적인 것인지, 법을 전공한 클린턴조차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오폭으로 인해 숱한 양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산업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유고국민 대부분이 두 달이상을 전기도 없이 지내야 했다. 이 역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모든 장면은 CNN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의 승전 자축 여행은 이런 저런 단상(斷想)을 남기고 있다. 이 전쟁의 원인이나 과정은 벌써 잊혀진 일이 됐다. 승자의 자기 과시만이 요란하게 이어지고 있다.
/박정태기자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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