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관측시설 테코천문대 -『북두칠성은 민들레 홀씨같아요, 금성은 반달같구요.』 초여름, 서울 밤하늘에 뜬 별들을 직접 관찰한 아이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10일 저녁 북한산 기슭의 은평구 불광동189의 한 주택가. 올망졸망한 골목 사이 어디선가 우주와 별에 관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울 유일의 민간천문 관측시설 테코천문대. 광학 사업을 하는 황봉득(黃鳳得·44)씨가 지난 4월 수천만원의 사재를 들여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순수 민간천문시설이다.
황씨는 집 옥상을 개조, 15명 정도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직경 4m의 관측돔을 만들었고, 2층은 40여명 정도가 우주에 관한 슬라이드를 보고 직접 망원경도 조작해 볼 수 있는 강의실로 꾸몄다. 이날 강의 주제는「태양계의 행성」과「우리 은하 밖의 특이한 은하들」.
호기심 많은 동네 꼬마들부터 대학 천문동호회 회원,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30대 주부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이들이 별자리에 관해서 알고 싶어하는데 직접 별을 볼만한 시설은 비싸고 너무 멀더라구요. 무료로 강의도 받고 직접 관측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의 두 자녀를 데리고 과천에서 찾아 온 박영미(37)씨의 말.
테코천문대는 매달 둘째, 넷째주 목요일 7시반 무료 공개 관측회를 갖는다. 20명 이상의 단체일 경우 따로 예약을 받아 편한 날짜에 공개 관측을 하기도 한다. 9인치 막스토프 망원경이 설치된 관측돔에서 주요행성은 물론, 구상성단, 일부 외부은하까지 왠만한 천체는 모두 관측할 수 있다. 북한산 자락이 도시의 불빛을 가려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
황씨가 사재를 털어 관측시설을 만든 이유는 순전히 우주관측에 대한 열정때문. 대학에서 인도어와 인도철학을 전공했고, 젊어서는 무역상을 하다가 지난 94년부터 망원경 판매사업을 시작한 황씨는 한때 과학소설등 20여권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황씨는 서울시내에서 가장 하늘을 잘 관측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던 끝에 현재의 천문대 자리를 발견하고 지난해 8월 집까지 옮겨왔다. 관측돔을 공사할 때는 주민들이 360도로 돌아가는 돔을 보고 신기해하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묻기도 했다.
황씨는『중학교 시절 장독대에 올라 바라본 안드로메다 성운의 신비함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좀더 많은 아이들에게 그 감동을 전해 주고 싶다』라며 자신의 평생 소망을 말했다. 연락처 (02)353-0791, http://www.teko.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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