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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회담장 안팎]

입력
1999.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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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2일 오후 당초 합의를 깨고 평양방송을 통해 북측 박영수 수석대표의 기조연설문을 공개하자 남측 대표단도 뒤늦게 우리측 기조연설문을 공개했다.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그러나 『회담을 실질적으로, 생산적으로 이끌기 위해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평양방송 보도를 두고 북한이 합의를 어겼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이날 남측 대표단이 공개한 기조연설문도 북측에 전달한 이산가족 시범사업의 시기,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을 모두 제외한 것이었다.

평양방송은 또 당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졌던 박영수의 직함을 내각 직속 책임참사로 호칭했다. 그러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책임참사란 직책이 실체가 없는 명함용으로 대남·대외용 직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켐핀스키호텔내 항저우(杭州)룸에서 열린 회의는 사진 촬영, 신임장 교환, 공개 환담, 비공개 회의 등의 순으로 진행된 뒤 오전 11시33분께 끝났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이 끝난 다음 곧 바로 켐핀스키 호텔을 떠났으며 박영수 수석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우리측 양영식 수석대표도 『이산가족 문제, 기본합의서 이행, 서해사건에 대해 상호 기본입장을 밝히고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히고 『남북 쌍방이 공식 기자회견은 갖지 않기로 해 일문일답은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기전 우리측 대표들은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며 은근히 북한측의 호응을 유도했으나 북측은 이를 외면한 채 날씨, 공기 등 비정치적 소재를 언급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북측 박수석대표가 『날씨가 3일만에 맑아졌다』고 운을 떼자 우리측 양 수석대표는 『귀측 세분은 대화 일꾼으로 특히 적십자 대표와 이산가족 합의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이번 비는 열매를 맺는 좋은 비』라며 이산가족문제의 진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박수석대표는 『베이징에 올 때 날씨가 흐리고 공기가 상당히 나빠 기분이 좋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니 날씨가 겨우 맑아졌다』고 「딴청」을 부렸다. 환담에 앞서 양측 수석대표는 우리측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북한 내각 정문산(鄭文山) 사무국장 명의의 신임장을 각각 교환했다.

○…전날 비료도착 지연을 이유로 회담을 무산시켰던 북측은 이날 새벽 비료가 북한에 도착하자 아침 7시께 주중 한국대사관 통일주재관을 통해 전화로 대표단 명단과 함께 「오전10시 회담 개최」를 통보해 왔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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