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는 서해 교전사태를 시발로 베이징(北京)남북 차관급회담 일시 연기사태와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 등 악재가 잇달아 터져 나오자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정부는 21일 저녁 긴급소집된 국가안보회의 (NSC)상임위에서도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놓고 심각한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평화공존 등 대북 3대 원칙을 천명하면서부터.
이후 당시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미·일·중·러 등 한반도주변 4대국을 순방하며 북·미 및 북·일 수교 등을 골자로 하는 포용정책에 관해 지지를 받아내 탄력을 얻게 됐다.
그러다 대북 강경론을 내세운 미 의회의 압력에 밀린 클린턴 행정부가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 미국의 대북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포용정책이 물거품이 될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이에 김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4강 순방외교 등을 통해 페리조정관의 대북권고안 방향을 포용정책의 큰 틀안으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침범사건을 계기로 사태가 악화, 포용정책은 제2차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최근 연쇄도발행위가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분풀이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 강력한 대북경고의지를 피력하되 포용정책의 기조는 유지해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실질적으로 북한 체제를 이끌고 있는 군부가 서해 사태 이후 북한군의 위신과 사기를 고려, 일련의 강경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23일 베이징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NLL문제에 관해 미국측과만 대화하겠다고 밝힌 점을 보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에 따른 행동으로 판단된다』며 『8월의 4자회담과 페리조정관의 대북정책권고안 완성을 앞두고 북한이 보다 많은 실리를 얻어내기위해 특유의 벼랑끝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상황판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압박작전」에 마냥 이끌려 다닐 경우 제기될 여론의 비난을 감안, 「포용정책」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되 각론에서 상황에 따라 과거와 달리 강경한 대응도 취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21일 「북한에 일방적으로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상호주의를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당분간 우리도 무조건적인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줄것과 받을 것을 구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