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여자감시원 2명 먼저 말걸어와 - - "귀순자들 잘사느냐"등 반복질문 -
- 자신도 모르는 사이 봉변 당한듯 -
사흘째 북한에 억류중인 민영미(閔永美·35·여)씨는 계속된 조사로 다소 지친 상태이지만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현대에 따르면 금강산내 출입국관리소 옆 컨테이너에서 북측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민씨는 이날 아침 복통을 호소했으나 현재는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측은 『민씨와 직접 접촉은 안되지만 컨테이너 주변에 직원들을 배치해 민씨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침구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씨와 함께 관광길에 올랐다 이날 오전 귀항한 풍악호 관광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풍악호 관광객들은 북한 감시원이 먼저 유도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민씨의 관광안내반장 황정일(30)씨는 『북한 감시원과 민씨가 자연스런 분위기속에서 불과 3분정도 대화를 나눴으며 민씨는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하다 사태가 돌변하자 몹시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광객과 함께 가반 4조에 편성된 민씨는 관광 첫날인 20일 오전 둘째 아들 종훈(7)군의 손을 잡고 9시부터 온정리_신계사터_옥류동_구룡폭포로 이어지는 관광에 나섰다.
구룡폭포 관광을 마치고 하산하던 민씨 일행은 마지막 휴게소인 제4휴게소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이 때 휴게소에 있던 북한 여자감시원 2명이 민씨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북한 감시원의 부드러운 태도에 경계심이 풀린 민씨는 대화를 계속했고 주제는 귀순자들의 생활상으로까지 발전했다.
북한 감시원들은 『남한으로 가면 다 죽이지 않느냐』 『북한 귀순자들이 잘 살고 있느냐』고 반복 질문했고 민씨는 『다들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순간 북한 감시원 1명이 먼저 내려갔고 잠시 후 남자 감시원 1명이 나타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은 귀순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민씨의 관광증을 빼앗고벌금 100달러를 요구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란 관광객들은 돈을 모아 벌금을 지불했고 관광조장 및 반장이 북한측 감시원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중재가 잘된 듯 북한 감시원 2명과 민씨는 함께 하산했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는 장전항 통행검사소(출입국관리소)에서 또 돌변했다. 북측은 민씨가 귀순공작을 했다며 통행검사소에 억류했고 민씨는 22일 오전1시20분께 아들 종훈군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다가 헤어져야만 했다.
황정일씨는 『북한 감시원들과 관광객들간에 이번과 같은 사소한 실랑이는 수시로 벌어지고 있으며 관광조장이나 반장이 즉시 중재에 나서 해결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풍악호 관광객들은 민씨의 억류사실을 전해듣고 몹시 긴장한 상태에서 귀항했으며 신변불안을 느껴서인지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동해=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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