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도호」사건의 주범으로 96년 정밀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슈퍼K」를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다나카 요시미(田中義三·50)에 대한 판결이 23일 태국에서 내려진다. 요도호 사건은 70년 3월 일본 적군파 9명이 승객과 승무원 등 129명이 타고 있던 도쿄(東京)발 후쿠오카(福岡)행 일본항공(JAL) 「요도호」를 납치한 일본 최초의 하이재킹사건으로, 현재 납치범 4명과 그의 가족들이 북한에 살고 있다.일본 공안당국은 다나카에 대한 일본 강제 송환에 대비, 29년만의 체포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안당국은 특히 다나카를 비롯한 납치범들이 북한에서 사상·군사 훈련을 받고 세계 각지에서 대남 공작활동 등에 관여해 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나카의 송환이 이뤄질 경우 요도호 납치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나카는 96년 3월 북한 대사관 승용차로 외교관들과 함께 캄보디아를 빠져나가다가 국경검문소에서 위조 여권이 발각돼 캄보디아 당국에 붙잡혔다. 그는 앞서 태국 파타야에서 「수퍼K」 90매를 바트화로 교환한 혐의로 태국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던 참이어서 신병이 태국으로 인도됐다.
그의 구속·기소로 「슈퍼K」가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북한이 용의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다나카는 「슈퍼K」 사건이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물증도 없는데다 애당초 그의 관여를 주장했던 증인들마저 잇따라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북한 핵위기」와 관련, 미 정보당국이 대북 강경 조치의 맥락에서 「슈퍼K 사건」을 조작했다는 음모설도 파다했었다.
현재 다나카는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3년 이하」의 형이라면 이미 구치기간이 지나 풀려난다. 태국 외무부는 지난달 19일 『법적 절차가 끝나면 신병인도법에 의거, 일본에 넘긴다』고 밝힌 바 있어 일본으로의 강제송환은 확실시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다나카는 북한에 남았던 요도호 납치범 가운데 대표적인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북한을 방문한 후원자나 가족과 전혀 접촉이 없었다. 반면 캄보디아에서는 군부 실력자들과 빈번히 접촉하는 등 동남아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일본 공안당국은 필리핀과 태국 등지에 지하거점 「아데프」 구축 작업을 서둘러 온 일본 적군파가 다나카를 통해 요도호 납치범들과 꾸준히 연락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다나카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요도호 납치 사건에 대해 언급,『일본 혁명, 세계 혁명을 위한 국제적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중납치를 했다』면서 『그러나 혁명의 대의가 아무리 훌륭해도 무고한 인민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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