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쉼터의 모범사례로 꼽혀온 영등포구 대방동 「게스트 하우스」가 문을 연 지 7개월여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게스트 하우스를 운영중인 사랑의 전화(회장 심철호·沈哲湖)는 22일 『6월말로 닥친 건물임대 만료를 앞두고 새 거처를 물색중이나 자치단체들이 꺼려해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가 입주한 건물터는 서울시 「여성플라자」건립부지로, 8월 초께 착공될 예정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24시간 자유로운 출입과 음주를 허용하고, 노래방 영화감상실까지 갖춰 설립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면서 자활 의지를 심어주겠다」는 설립 취지는 의외로 성공을 거둬 이곳을 거쳐간 400여명중 77명이 귀향했고 취업하거나 방을 얻어 독립한 이도 239명에 달한다. 현재 남은 320명도 대부분 일용잡부나 공공근로 일을 나간다. 생활도 안정돼 하루 소주 500병을 비워대던 초창기와 달리 요즘엔 술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서울시 김재종(金在宗)보건복지국장은 『시로서도 모범사례인 게스트 하우스를 살리고 싶지만 내달말까지 대안을 찾지 못하면 다른 희망의 집들에 분산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소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정든 동료들과 헤어질 수 없다』며 텐트 100여개를 구해 집단노숙을 준비하고 있다.
심회장은 『모처럼 마음잡고 새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며 『고건(高建)시장이 노숙자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갖고 있다면 자치구 설득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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