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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의 해] 보행권을 잃어버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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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의 해] 보행권을 잃어버린길

입력
1999.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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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세상엔 참 많은 길들이 있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보도나 도로가 있는가 하면 또 우리 일상과 인생 위에 놓인 수많은 갈래 길이 있다. 최근엔 정보고속도로라 하여 보이지 않는 초고속길까지 생겨나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 길이 더이상 사람의 만남에 의존하지 않을수록 현대도시의 길은 보이지 않는 길을 보이게 하는 다양한 경험과 인간관계의 만남의 테크닉을 요구한다.

건축물 안에 길을 만들자

좁은 골목길이 건축물 깊숙이 파고들어 가게 하거나 집안으로 길을 끌어들이는 설계는 도시에 생명을 주는 테크닉 중의 하나다. 이런 장소들은 사람을 머물게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연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대량으로 세워지는 아파트들도 이제는 각 세대간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복도형에서 계단형으로 바뀌고 있다. 각 세대를 수평으로 연결하는 계단식 복도는 작은 길같은 역할을 해 만남의 장소가 된다.

요즘의 도로들은 어떤가. 골목길을 차지하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 공사현장의 야적물들, 노점상들 때문에 시민들은 기본적인 보행권마저 잃은지 오래다. 골목길 주차를 피하기 위한 여러 방법 건축허가를 받은 만큼의 공간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허가받은 주차장이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항상 셔터로 잠겨져 있지는 않은지 주민이 자치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또 기존의 주차장을 활성화하고 자치구에서 빈 땅을 빌리거나 사들여서 시행하기 시작한 거주자 우선 주차를 확대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또 아예 차량들의 자기주차증명, 즉 차고지 증명제도를 도입해서 제자리에 주차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야간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의 학교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럴 경우 대지의 높낮이 차이나 학교정문과 주차입구를 분리해 교육환경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밤에 비어있는 관공서를 야간에 주차장으로 개방하는 것도 좋다.

자동차를 편리하게 몰고 다닐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를 몰 필요가 없는 도시. 차를 탄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고 편리한 도시가 아니라 보행자가 보기에 아름답고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연심 여성건축가협회부회장·건축사 사무소 장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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