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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K텔레콤의 '증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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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K텔레콤의 '증자 갈등'

입력
1999.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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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에서 SK텔레콤과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증자를 둘러싸고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주가가 액면가(5,000원)의 300배인 150만원을 넘나드는 황제주로서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주이다. 미국의 전형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주식을 6%이상 보유하고 있다.갈등의 발단은 SK텔레콤이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1조3,000억원의 증자를 발표하면서 일어났다. 이에 대해 타이거펀드는 주식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며 강력하게 반발, 임시주총과 최고경영진교체등을 요구했다. SK텔레콤은 주총에서 표대결을 해서라도 증자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타이거펀드는 증자반대 관철을 위해 미국증권협회까지 동원할 태세이다.

결과는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기업들이 증자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식시장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환란으로 증시 개방의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미 예견됐던 사태다. 달러를 들고 온 외국투자자들은 단순한 투자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감시자요 실력행사자다.

그런데 이 싸움에 참여연대가 타이거펀드쪽에 가세,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혔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의 증자 목적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로선 투기성향이 농후한 헤지펀드와 손잡는 듯한 모양새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는 현금이 풍부한 SK텔레콤이 또 증자를 통해 별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내기업의 증자를 놓고 소액주주운동의 대표적인 단체가 외국인 편에 서서 대주주와 경영진에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의 2대주주인 한국통신은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며 자기이익을 지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증자금액중 4,500억원이 하나로통신에 투입될 예정이라면 한통으로선 경쟁상대에게 거액의 자기돈을 대주는 꼴이 되고 만다. 이처럼 자기이익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데도 한마디 반대의사 표시가 없다.

이번 갈등을 외국투자자의 지나친 요구로 볼 수도 있고, 이제는 투자자들이 증자의 투명성 마저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쪽 입장에 서든, SK텔레콤은 「지분확대 포석」이라는 의혹을 씻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각 주주들은 정부의 입김없이 자기지분의 권한을 행사해 사태를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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