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그림 로비설」에 왜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화백의 그림이 대상이 됐을까?물론 운보의 그림에 대한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IMF 이후 인사동 화랑가 일대의 그림 경기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운보 그림만은 꾸준히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랑협회 K씨는 『운보 그림은 동양화단 쪽에서는 유일하게 유통이 활발한 작품』이라면서 『화단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운보가 워낙 다작(多作)이라 유통량 또한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 운보는 9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5년째 붓을 놓았으나 많게는 10만점 적어도 2만~3만점의 작품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값 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작인 만큼 그림 값의 폭도 커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최고 진수로 꼽히는 「바보산수」나 「청록산수」의 경우 전지 규격(40호·100×80㎝) 기준으로 인사동 화랑가에서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 이전엔 2,500만~3000만원선. 바보산수나 청록산수는 민화적 체취가 강하게 내포돼 한국인의 해학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학자들은 운보 그림의 절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바보산수나 청록산수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만큼 미술시장에선 상대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유통량은 많지 않다.
한편 최순영(崔淳永) 회장이 운보의 장남인 김완(金完)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고 알려진 추상화나 글씨 추상화는 대중적 인기는 바보산수에 비해 떨어지지만 대부분 작품이 500호(333×248㎝)나 1,000호 이상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미술계는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림 값도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것. 운보는 80년대 후반 집중적으로 봉걸레를 이용한 대작을 그렸는데 약 200~300점의 추상화 대작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인사동 화랑가의 Y씨는 『IMF 시기 대부분 그림 가격이 떨어졌는데 지난해 말 운보의 그림만 1.5~2배 이상 올라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혹시 운보 그림 소장자를 대상으로 최회장이 그림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시기와 맞물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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