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루터교가 400년 넘게 벌여온 의화(義化)교리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다.로마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의장 에드워드 케시디 추기경과 루터교 「세계교회연합」의 이스마엘 노코 사무총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 교회는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에 대해 완전합의했으며, 10월 31일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공동선언문에 공식 서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두 교회는 450년이상 서로를 불신케한 「불씨」를 제거하는 동시에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에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의화논쟁이란 「인간은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善行)을 실천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천주교의 전통적 가르침과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는 루터교 주장이 맞부딪힌 교리논쟁이다. 의화의 사전적 의미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간 안에 일어난 내면적 변화를 뜻한다.
양 교회는 이번 공동선언문에서 『의화와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며 이 선물은 선행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원을 받고 의화된 결과로 선행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고 합의했다. 선행은 구원의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선물(은총)로 선행을 실천하게 된다고 절충한 것이다.
의화교리논쟁은 1517년 수사 신부였던 루터가 「97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며 종교개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촉발했다. 루터는 『우리는 사람이 율법의 행업과는 상관없이 신앙으로 의롭게 된다고 판단합니다』(로마서 3장 28절)는 성서 구절에 근거, 『의화와 구원에 필요한 것은 오직 신앙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후 천주교와 루터교는 변론과 논쟁, 분열과 타협, 저항과 반발을 거듭하며 서로 대립해왔다.
천주교가 다시 루터교와 대화에 나선 건 400여년이 지난 60년대 후반부터. 73년에는 「천주교_루터교 합동위원회」가 구성돼 「교회 직무:주교직」(81년) 등 주목할만한 공동저술들을 발표하면서 불신의 벽을 허물어왔다.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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