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월 영국에서 200만파운드(한화 38억원 상당)어치의 수출용 반도체칩과 컴퓨터 부품을 무장 4인조 강도에게 강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20일 법무부와 서울지검 외사부(박상옥·朴商玉부장검사)에 따르면 3월10일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근처 도로에서 중화기로 무장한 4인조 강도가 출현, 운전자를 위협한 뒤 고가 반도체칩과 컴퓨터 부품을 실은 트럭 1대를 탈취해 도주했다.
강도들에게 빼앗긴 물품은 삼성전자가 영국 현지법인 「삼성 반도체유럽(SSEL)」에 항공화물로 보낸 것으로, 시가 200만파운드어치에 달한다.
영국 정부는 무장강도단의 외국산 하이테크 고가 수출품 강탈사건으로 최근 활발해진 외국의 영국 투자붐이 냉각될 것을 우려, 수사당국에 극비 수사를 지시했다. 영국 수사당국은 사건발생 9일만인 3월29일 용의선상에 오른 스티븐 휴즈씨와 영국 컴퓨터회사 대표 아리아 테헤리씨등 2명을 잠복·미행 끝에 창고에 감춰놓은 반도체칩과 컴퓨터 부품 등 장물 일부와 거래 장부를 찾아냈다. 이들 2명은 곧바로 구속기소됐으나 테헤리씨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이들의 변호인단은 이후 『창고에서 발견된 반도체칩 등은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이 물품이 삼성 것임을 증명하라』고 수사당국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영국 수사당국은 화물 발송경위 , 삼성전자 소유 물품인지 여부 등 보강조사를 위해 수사관 2명을 한국에 파견키로 하고, 5월31일 우리 법무부에 공식 수사공조를 요청했으며, 법무부도 적극 협조키로 했다.
서울지검 외사부는 27일 입국 예정인 영국 수사관들과 함께 화물을 영국으로 운송한 대한항공과 삼성전자 영업부 직원 등을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 사건은 먼저 외교통상부 등 외교경로를 통하도록 돼있으나 국내 대기업이 피해자인데다 공소유지가 급한 영국측 사정을 감안, 공조수사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며 『이번 사건이 양국간 사법공조조약 체결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도난 물품중 60%는 회수됐고 나머지 40%는 보험 처리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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