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이 19일 전군에 내렸던 전투준비태세를 서해5도를 제외하고 해제해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인한 일촉즉발의 위기는 13일만에 사실상 해소됐다. 군은 「휴전후 첫 정규군 전투」에서 강력한 무력대응으로 「대화와 안보는 별개」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NLL의 실효성과 서해5도 영해분쟁은 해결이 아닌 봉합상태에 머물러 남북긴장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침범에서 교전까지
북한경비정 3척이 7일 오후1시 조업중인 어선 30여척을 호위하며 북방한계선(NLL)을 처음 침범했다. 꽃게 성어기인 5~7월 NLL을 20~30차례 넘어왔던 점을 들어 해군은 「생계형 단순월선」으로 판단,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경비정은 해군의 무력시위를 무시, 「출퇴근식」침범을 계속함에 따라 해군함정간 대치가 시작됐다. 양측은 9일 NLL남방에서 첫 충돌사고가 빚어진데 이어 11일 해군고속정이 「충돌식 밀어내기」공격으로 북한경비정 4척이 선체손상을 입고 철수하면서 극도의 긴장이 고조됐다. 15일 북한경비정들이 NLL을 넘으며 충돌 보복공격을 가해왔고 해군고속정은 「봉쇄작전」으로 대응, 휴전후 첫 정규군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오전9시25분 북한경비정의 20㎜기관포 선제공격으로 시작, 14분간 계속된 교전에서 북한은 어뢰정 등 6척이 침몰·대파됐으며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초계함과 고속정 4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으며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NLL침범 북한 의도
교전으로 확대된 북한의 NLL침범은 페리 미국대북조정관의 5월 방북후 첫 반응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군당국은 북한의 의도를 국내 꽃게수요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서해5도 인근해역의 어장확대 53년8월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 합의되지 않은 NLL 무력화 서해안의 분쟁수역화 한반도 긴장조성으로 협상력 제고 등을 노린 다목적 카드로 보고 있다. 특히 군당국은 북한이 유고사태에 대해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말해왔던 점을 들어,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지원의지와 햇볕정책을 시험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의미 및 성과
정부는 강력한 무력대응으로 『줄 것은 주지만 안보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국내외에 천명했지만 한편으로 햇볕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무력대치 상황에서도 금강산 관광선이 오가고 비료가 지원되는 대북정책의 모순에 야당과 일부 국민들은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도발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로 가정해야 대북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미간 신속한 공조체제 확인은 이번 사태의 큰 성과이다. 교전발발후 양국은 한·미군사위원회 상설회의를 개최, 전력증원에 합의하고 신속하게 미군전력을 파견하는 등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과시했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서해안 교전에서 「무기체계의 세대 차」를 절감한 북한이 군사력 증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군비경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침투도발도 군사적 수단에서 보다 은밀하고 교묘한 전략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정덕상기자 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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