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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우리의 전통음료로 무더위를 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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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우리의 전통음료로 무더위를 식히고 싶다

입력
199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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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의 계절. 시원한 마실 거리로 무더위를 식히고 싶다. 갈증해소는 물론, 허해진 기력까지 보충할만한 음료라면 금상첨화. 혀끝을 자극하는 외래 청량음료에 밀려 빛을 잃긴 했지만, 목타는 여름엔 그래도 우리 전통음료가 제격이다. 선조들이 즐기던 전통음료엔 땀으로 빠진 수분을 보충하고, 더위에 지친 체력도 회복시켜주는 삶의 지혜와 멋, 풍류가 담겨 있다.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원장은 『우리 조상들은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이나 잎, 열매나 과일을 이용하여 철마다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 마셨다』며 『전통음료는 자연에서 비롯돼 우리 체질에도 맞고, 약이(藥餌)효과도 뛰어나 원기를 잃기 쉬운 여름철 건강식으로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한다.미숫가루나 식혜, 수정과 등이 사시사철 구분없이 즐기는 전통음료라면 요즘같은 여름철에 가장 잘 어울리는 토종음료는 화채(花菜)류. 수박이나 앵두, 살구, 매실, 복숭아, 자두 등 제철 과일을 곱게 갈아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맹물이나 오미자즙에 띄워 마시는 음료다. 서양 주스와는 달리 완전히 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육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특징. 대부분 유기산이 많아 독특한 향과 새콤한 맛으로 지친 입맛을 살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전통 화채류의 맛을 내는 기본은 진달래빛처럼 곱고 붉은 오미자 국물. 한번에 넉넉한 양을 만들어두면 여름 내내 다양한 마실 거리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다. 오미자는 더운 물에 끓이면 한약냄새가 많이나고 신맛이 강해지므로 반드시 끓였다가 식힌 미지근한 물에 우려내도록 한다. 또 산이 많아 스테인리스 그릇이나 쇠붙이에 닿으면 빛깔이 곱게 나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유리그릇을 사용한다.

각종 곡류를 꿀물(밀수·密水)이나 오미자즙에 타서 먹는 수단(水團)도 전통이 깊은 여름철 애용식. 요즘같은 초여름엔 햇보리에 녹말을 씌워 삶은 뒤 오미자국물에 곁들이는 보리수단이나 흰 떡을 앵두만하게 빚어 꿀물에 띄우는 떡수단을 만들어 먹는 것이 민가의 절기풍습이다. 꿀물에 송홧가루를 타고 잣을 띄워 마시는 송화밀수는 궁중에서도 더위를 이기는 건강식으로 애용됐다.

한약재를 가루로 내 끓이거나 오랫동안 졸였다가 고(膏)를 만들어 저장해두었다가 타서 마시는 탕(湯)종류도 빼놓을 수 없다. 습조탕(濕棗湯), 수문탕(須問湯), 수지탕(水芝湯)등 원료로 쓰이는 약재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지만 여름철엔 오매근, 백단향 등을 가루로 빻아 찬물에 타서 마시는 제호탕이 으뜸. 단오가 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와 함께 내렸다는 한방음료다. 한약방에서 첩으로 구입할 필요 없이, 재료를 일일이 사서 집에서 손질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만들기

■앵두화채/앵두2컵, 꿀1/2컵, 오미자국물 1컵, 물5컵, 잣·얼음 약간/오미자를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재운 뒤 꿀을 섞는다→앵두는 믹서에 갈거나, 씨만 도려낸 채로 잣과 함께 오미자물에 띄워낸다.

■오이화채/오이2개, 녹말가루4큰술, 간장1큰술, 식초1큰술, 설탕2큰술, 물5컵, 소금약간/가늘게 채썬 오이에 녹말을 묻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파랗게 데친다→냉수에 간장과 식초, 설탕을 넣고 오이를 띄운다.

■보리수단/보리쌀 1/2컵, 녹말1컵, 잣 1큰술, 오미자국물 7컵/오미자즙에 설탕과 꿀을 타서 잘 저어 차게 보관한다→충분히 삶은 보리에 녹말을 묻힌 다음 끓는 물에 데쳤다가 찬물에 헹구기를 서너번 반복한 뒤 오미자국물에 띄운다.

■제호탕/오매 375g, 초과 375.5g, 축사 18.8g, 백단향 18.8g, 꿀 1,875g/한약재료를 고운 가루로 빻은 뒤 도자기에 담고 꿀을 넣어가면서 끓인다→이를 식힌 다음 사기항아리에 보관, 찬 물에 타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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