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정 前법무 월간지 인터뷰 -『대선을 앞두고 DJ비자금을 수사했으면 호남에서 민란이 났을 것이다』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은 18일 발매된 월간조선 7월호 인터뷰에서 97년 대선때 「DJ 비자금 사건」 수사유보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월간조선은 김전장관 인터뷰가 검찰총장 재직시인 지난 3월 이뤄졌으며, 당초 총장 임기가 끝나는 8월에 보도하기로 약속했으나 임기전에 장관에 발탁되고 곧바로 물러나 기사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전장관은 장관직 퇴임후에는 『국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마당에 언론에 인터뷰가 나면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3월 인터뷰 내용도 파문이 가라앉은 뒤 보도해주길 원했다고 월간조선은 덧붙였다.
김전장관이 인터뷰에서 밝힌 수사유보 이유는 세가지로 첫째는 여론. 『당시 여론조사에서 김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1위예요. 이걸 보고 호남사람들이 놀랐어요. 잘하면 전라도 대통령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잘못하여 지지율이 내려갈까 숨도 안쉬고 가만히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하면, 5·18이 별겁니까. 이것은 나라의 문제다, 내가 나라 운명을 쥐고 있구나, 이걸 수사하면 민란이 난다고 생각했어요』
둘째는 형평성 문제. 『만약 수사를 하려면 DJ, YS, 이회창총재도 같이 해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 경제는 가 버립니다.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 내가 처음 한 말이 경제회생을 위한 검찰권 행사였어요』
김전장관은 마지막으로 『자료를 청와대 배재욱 당시 사정비서관이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불법 자료를 만든 사람을 먼저 수사해야 할 텐데, 배비서관은 아끼는 검사여서 인간적으로 잡아 넣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전장관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사전 협의했는지에 대해 『당시 분위기를 보니까 YS는 오히려 수사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며 『수사하면 자신의 대선자금도 수사받아야 하고, 또 이회창씨가 너무 YS의 비위를 건드리고 의리없게 나갔는데, YS는 의리를 중시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김대중대통령과 당선자 시절 처음 만났다』며 『비자금 수사유보 이유를 묻기에 각하를 위해 보류한게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김전장관은 당시 수사여부를 논의한 고검장회의에서 『한 사람만 수사에 반대했는데, 당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세상이 바뀌니까 수사에 반대했다고 말하더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김전장관은 대전법조비리 사건때 왜 사표를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일곱번 냈다. 대통령이 반려하는데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세풍(稅風)」사건과 관련, 『미국으로 도피한 이석희전국세청차장에게 사람을 보내 들어오라고 했더니「내가 들어가면 이회창총재가 직격탄을 맞는다. 나를 잡아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