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때아닌 「항공모함 건조론」이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직후 터져나온 이 움직임은 국민적 운동의 성격을 띠며 열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엔 「국가 자존심과 국제적 지위는 힘이 뒷받침돼야만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시작은 지난달 8일 대사관 피격 수시간 이후 한 인터넷 사이트에 띄워진 E메일 한 통으로 점화됐다. 한 전역군인이 띄운 이 메일의 내용은 『세계 최대·최신예 항모를 건조, 조국의 방위력을 강화하는데 전세계 중국인들이 단결해 공헌해야 한다』는 것.
이 메시지는 국내 각 지역 신문·방송의 호응과 지원에 힘입어 삽시간에 국민적 모금운동으로 번졌다. 성금은 한달만에 1,100만위엔(약 16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전역군인, 대학생, 주부 등이 중심이 된 기탁자 대열에는 어린이들의 손때 묻은 용돈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민간학술단체가 가세하고 관련서적이 때맞춰 출판되면서 이론적 기반까지 제공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유일하게 항모 미보유국이고, 이 때문에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우습게 보도록 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사실 항모보유 문제는 80년대 이래 중국 고위지도부 내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왔다. 전략적 필요성과 척당 수십억 위엔에 달하는 건조비용 사이의 저울질, 대외적 파장, 경제개발 최우선정책 등이 그간 항모보유를 지연시켜 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불필요론」을 견지했으나 군부수뇌들은 각국을 방문, 도입을 타진해 왔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신조선창 부책임자는 『6~8년내에 항모를 건조할 준비가 돼있다. 문제는 상부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항모건조·운용능력에 대한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자체건조는 차치하고 설사 항모를 새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중국의 기술수준으로는 운용능력을 기르는데 적어도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움직임으로 장차 항모보유가 실현될 가능성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요즘 중국에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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