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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래도 닻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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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래도 닻은 오르고…

입력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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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7시 인천 옹진군 송림면 대연평도 부둣가엔 출어를 알리는 흥겨운 풍어가의 가락이 아침을 갈랐다. 『서해에 우뚝 솟은 연평 섬마을. 살기 좋은 복된 터전…』여느 때라면 만선의 풍요함을 꿈꾸며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터이지만 어제의 포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듯 어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었다. 부두에서 가장의 출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표정도 안스럽기 그지없고, 가족과 눈이 마주친 한 사내가 뱃전에 걸터앉아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지금까지 이곳 섬주민들에게 해안선 저너머로 오가는 북한의 어선들과 간간이 보이는 군함의 모습은 늘 있어왔던, 그러기에 오히려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포성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언제라도 첨예한 남북대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웠다.

그동안 출어를 못해 입은 피해만도 25억여원. 54척의 어선들이 하루평균 500만~1,000여만원의 피해를 감수했다. 보다 안타까운 것은 어족보호차원에서 이번달 30일 꽃게잡이 조업허가기간이 만료된다는 것이다.

금싸라기 같은 조업일을 무려 8일이나 날려버린 어민들은 1주일간의 조업기간 연장을 요구해왔지만 그나마 15일의 포격전으로 인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은 포성의 긴장이 채 가시지 않았을지라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들은 갖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국토방위에 관한 한 자신의 일같이 협조해 왔습니다. 물론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국가가 우리를 돌봐줘야 할 차례입니다』 3대째 어부생활을 해왔다는 한 어부의 간절한 바람이다.

/연평도=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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