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교전사태로 21일로 예정된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 회담의 전망이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당장 북한이 베이징 회담에 응할 지 여부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북한으로서는 정전협정과 직결되는 해상경계선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이번 사태를 놓고 국면 전반을 총점검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구나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만큼 당국간 대좌에 앞서 소강국면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교전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이 열린 점, 대화와 긴장 조성의 양면작전을 구사해 온 북측의 대남전략 등이 그 근거다.
북한은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98년 6월 잠수정을 동해에 침투시켰고, 금강산 관광선이 첫 출항할 당시인 98년 11월 강화도로 간첩선을 내려보냈다. 물론 이들 사례는 남측의 교류협력사업을 악의적으로 이용했던 경우이지만 긴장과 대화를 병행하는 북측 전술을 확인해주는 것들이다.
특히 북한이 방송을 통해 확전을 원치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측에 보냈고 금강산 관광선의 안전을 현대측에 보장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같은 징후로 볼때 「달러」와 「긴장사태」를 분리해 대응하는 전술을 구사해온 북측이 이번에도 비료지원 등의 당근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예정대로 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측이 무력충돌을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북측이 회담에서 최우선 의제인 이산가족문제 논의전 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차관급 회담은 한바탕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북측이 인적, 물적 피해를 들먹이며 회담진행 자체를 어렵게 하면 남측 대표단은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측이 포용정책 지속을 기조로 비료를 지원한다면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를 외면할 명분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이산가족문제의 진전도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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