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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클래식 음악은 건강식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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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클래식 음악은 건강식품이 아니에요

입력
1999.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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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트 음악은 만병통치약인가 /12매이펙트 음악의 붐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바로크음악을 들으면 공부가 잘되고 성적이 올라간다? 바흐 음악을 들으면 수학 실력이 좋아진다? 잠이 안 올 때는 이런 음악을,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이런 음악을 들어라?

요새 무슨 음악이 어디에 좋다는 식으로 음악의 효능을 강조하는 이른바 기능성음반과 음악회가 유행이다. 「모차르트 이펙트」(워너), 「바로크 이펙트」(필립스), 「바흐 이펙트」(워너) 등 「~ 이펙트(효과)」음반이 잘 팔린다. 기능성 음반의 붐을 일으킨 것은 97년 1월 첫 선을 보인 워너의 「모차르트 이펙트」. 4집까지 나온 이 음반은 97년 클래식음반 베스트셀러 2위, 98년 1위를 차지하며 지금까지 38만장이나 팔렸다. 이 음반의 성공에 자극받아 「바로크 이펙트」 「바흐 이펙트」가 올들어 나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은 「알파 뮤직 클리닉」(포니 캐니언 코리아).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 나오는 뇌파인 알파(α)파 상태로 인도하는 음악을 담았다는 이 음반은 어린이용, 어른용, 수험생용 3종으로 되어있다.

이펙트 콘서트도 열린다

음반의 성공은 공연을 자극했다. 서울시향이 4월 「모차르트 이펙트 체험 음악회」를 연 데 이어 예술의전당이 22일 「해설과 함께 하는 모차르트 이펙트」란 음악회를 마련한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와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등이 「모차르트 이펙트」의 단골 작품. 서울시립합창단은 「바로크 이펙트 체험음악회」를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다. 「바로크 이펙트」는 바로크음악의 특징인 동일 악절의 반복 등이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템포로 연주돼 뇌활동에 안정을 준다는 가설. 이들 음악회는 클래식음악의 효과를 설명하는 해설자로 의사를 내세우고 있다. 아예 「아무개 박사와 함께 하는 음악치료여행」이라고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

음악은 만병통치약?

음악의 효과를 강조하는 이런 음반과 음악회의 선전문을 읽다보면 음악이 만병통치약이나 건강식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갓난아기가 있는 젊은 엄마라면 귀가 솔깃할 만하다. 과연 그럴까.

클래식애호가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박종호씨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병이 낫는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사기』라고 말했다. 오페라광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도 잘 알려진 그는 『그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음반을 팔기 위한 상술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그런 류의 음반에 해설서를 써달라는 한 음반회사의 요청을 받고 『의사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물론 안듣는 것보다는 낫겠죠. 의약품과 달리 부작용이 없으니 더욱 안심이고. 모차르트 음악을 들었을 때 기분이 안정되는 것은 분명해요. 차분해지니까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머리가 좋아진다? 그건 「지구는 네모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넌센스입니다』

미국 공인자격증을 가진 음악치료사 권혜경씨도 최근 비슷한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 『배가 아플 땐 이 곡, 우울증에는 이 곡, 피곤할 때는 이 곡, 잠이 안 올 때는 이 곡…그런 식으로 분류해놓고 감수해달라는 거예요. 그러나 증상에 따른 처방전같은 음악감상은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어떤 음악이 어디에 좋으니 들으라는 식의 접근은 음악치료를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그때그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죠. 치료용 음악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음악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곤 하는데, 감상만으로 치료가 되는 음악이 있다면 오히려 제가 알고 싶군요』

클래식애호가인 만화가 신동헌 화백도 이런 비판에 공감한다. 60년 가까이 음악과 생활해왔고 모차르트 음반은 모두 갖고있는 그는 『음악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체험상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음반사의 무슨무슨 이펙트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술에 이용되는 모차르트

음악이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기능성음반과 음악회 유행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색채가 짙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공연기획자 고찬일씨는 『클래식 시장 쇠퇴에 따른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음악회가 그런 유행을 좇는 건 시류에 편승한 편법이라고 봅니다. 공신력을 빌린 일종의 강요라고 할 수 있죠. 어린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음악을 골라 듣고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안목이지, 똑똑한 아이를 만들려는 부모의 성화에 밀려 억지로 음악회장에 가는 게 아니잖습니까』

모차르트나 바흐가 자신들의 이름을 딴 이펙트 음반과 이런 음악회를 보면 웃을까, 찡그릴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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