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강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화려하지 않으면서 빛이 난다」고 말한다. 과묵한 성격탓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는 요즘 사정없이 시끄럽고 비할 데없이 화려하다.삼성의 3루수 김한수(28). 얼마전 3루수가 취약한 모팀의 단장이 『김한수를 준다면 팀의 에이스를 내줄 용의가 있다』는 제의를 한적이 있다. 그러자 나온 삼성 반응. 『영국에는 세익스피어가 있고 삼성에는 김한수가 있다』.
왜 그랬을까. 김한수는 더이상 삼성에서 수비를 매끈하게 잘해내는 3루수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의 리딩히터로, 신의 경지를 넘보는 선수다.
김한수는 15일현재 타율 4할6리를 기록중이다. 4할대 타율. 입신의 경지라고 한다. 반상의 오묘한 조화를 신의 능력처럼 읽어내는 바둑 9단처럼 야구에서는 4할타자를 입신의 경지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이뤄내기 힘들고 또 그만큼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때문이리라. 우리보다 100여년이나 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도 시즌 4할대를 기록한 선수는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 테드 윌리엄스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토니 그윈이 94년 3할9푼4리를 기록한 것이 가장 근접했을 뿐. 일본 프로야구에는 아예 없다.
한국 프로야구사는 4할대 타율을 원년에 기록해냈다. 당시 MBC청룡의 감독겸 선수였던 백인천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72경기밖에 갖지 않았던 백인천의 기록과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과연 시즌끝을 4할대로 마무리 할 수 있는가. 정작 본인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얘기한다. 『다만 3할9푼대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시즌 막판에 한번 노려보고 싶다』고 겸손해한다. 김한수는 아는 것같다. 4할대 타율은 하고싶다고 이뤄지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서정환삼성감독은 『어떤 자세에서건 무리하지 않고 투구의 결을 따라 배트를 돌린다. 자기 욕심을 앞세우지 않는 팀배팅이 고타율을 이끈다』며 조심스레 가능성쪽에 무게를 뒀다. 4할기록 보유자 백인천해설위원은 『체력이 떨어지는 8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한다.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신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시도를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프로 6년차 김한수는 야구인생의 새경지를 열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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