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인근해역을 두고 벼랑끝 대치를 벌여온 남북 해군간에 15일 급기야 무력충돌이 발생, 한반도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으로 야기된 숨막히는 함포전은 심각한 피해를 입은 북한의 사격중지로 5분만에 종결됐다. 그러나 이 5분은 앞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가장 길었던 5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 경비정의 침범부터 대치까지 이날 아침의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북한경비정 어선 침범
연평도해상은 연무만 얇게 깔린 채 시정거리가 1㎞나 될만큼 청명했다. 꽃게잡이에 더 없이 좋은 날. 오전 7시15분 NLL선상. 북한 어선 5척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업을 하려고 NLL을 넘었다. 10분뒤에는 어선 8척이 추가로 월선, NLL 남방 2.5㎞까지 들어왔다. 7시55분 80톤급 북 경비정 2척이 NLL을 넘었고 420톤급 2척이 함포를 우리쪽으로 겨눈 채 어뢰정 3척의 호위를 받으며 속속 우리영해로 넘어왔다. NLL이남 10㎞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군함정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충돌식 밀어내기 작전
14일 1,200톤급 초계함까지 동원, 봉쇄작전을 벌인 해군에 밀려 났던 북한함정에 탑승한 수병들도 긴장된 모습이었다. 『NLL남방 3㎞이상은 안된다. 더 밀리지 마라』는 군수뇌부의 지시를 이미 받은 해군고속정 8척과 1,200톤급 초계함 2척이 북한경비정 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해군고속정은 1,200톤급 초계함과 함께 2개의 편대를 구성해 정면에서는 충돌작전을 펴고,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경비정을 포위해 압박해 들어갔다. 이같은 양동작전은 전날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으로부터 NLL 인근해역에서 적극적인 봉쇄작전 명령을 하달받은 데다 북 경비정이 13일부터 우리측 공격에 대해 「박치기식」공격으로 저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충돌
오전 9시7분. 「전속력 질주」명령이 떨어지자 170톤급 해군고속정 1척이 편대에서 빠져나와 해상시위를 벌이던 420급 북한경비정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 충돌했다. 함미를 받힌 북한경비정은 해군고속정에 박치기식 공격으로 역습하기 위해 덤벼들어 함정 두척은 동심원을 그리며 쫓고 쫓기는 해상질주가 시작됐다. 이어 오전 9시20분. 기회를 엿보고 있던 다른 해군고속정이 만만한 80톤짜리 북한경비정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해군고속정은 북한경비정을 호위하고 있는 북한어뢰정을 향해 다시 돌진, 저지작전을 막았다.
◆선제공격
공격을 받은 어뢰정이 뒤로 주춤 물러났다. 북한경비정들도 긴장, 어뢰정 근처로 몰려들었다. 사정거리 3㎞의 어뢰 2발을 장착한 북한 어뢰정은 우리측의 초계함 동원에 대응해 북한경비정을 호위해왔다. 북한경비정들은 어뢰정이 공격을 받으면 자신들이 보호받을 수 없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오전 9시25분, 해군고속정이 북한어뢰정을 막 들이받는 순간, 근처에 있던 북한경비정에서 맹렬한 총성이 울렸다. 우리측으로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이었다.
북한경비정 갑판으로 일제히 올라온 수병 10여명이 조준사격 자세를 취하고 25㎜ 기관포로 선제사격을 가해 왔다. 고요하기만 하던 해상에 「꽝 꽝 꽝…」하는 굉음과 함께 빗발치듯 기관포탄이 해군고속정과 초계함으로 무차별적으로 날아왔다.
◆자위권발동과 교전
기관포 공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우리측 해군함정의 함포들도 불을 뿜었다. 밀고 밀리는 혼전중에서도 컴퓨터로 북한경비정을 자동추적하던 해군고속정의 40㎜함포가 여지없이 북한경비정에 작렬했다. 초계함에서도 발사대가 돌아가며 76㎜ 포알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대치하던 양측 함정들이 일제히 상대방을 향해 시뻘건 불을 뿜어내는 함포사격은 5분여간 치열하게 계속됐다. 공격을 받은 우리해군과 초계함에서 북한어뢰정과 경비정을 향해 집중 사격이 가해졌다. 하늘을 찢는 굉음이 계속됐다. 우리측의 집중공격으로 불리해진 어뢰정이 초계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하려는 듯 방향을 틀었다. 바로 그 순간 초계함에서 발사된 76㎜ 포탄이 어뢰정 선체에 그대로 명중했다. 해군 고속정과 초계함은 월등히 우세한 화력을 앞세워 사격과 함께 북한함정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고, 북한경비정은 허겁지겁 퇴각하면서 전세는 뒤집어졌다.
◆북한해군 격퇴 및 북한피해
「꽝」. 선체 중앙이 명중된 북한어뢰정이 굉음과 함께 요동쳤다. 하늘에는 시뻘건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높이 솟아 올랐다. 숨막히는 포격전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사격을 중지할 때까지 5분간 지속됐다. 단 5분간의 근접전투에서 북한어뢰정 선체는 부서진 파편들이 튀어올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잠시후 선체가 기웃하더니 바다속으로 가라앉기 시작, 1시간여만에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해군고속정의 사격을 받은 소형경비정 1척도 30도정도 기울어 바다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나머지 경비정들이 피해를 입고 퇴각하기 시작했으며 대파된 2척도 비교적 경미한 피해를 입은 경비정1척에 의해 예인돼 북쪽으로 퇴각, 침몰은 면할 수 있었다. 함포전으로 북한은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반면, 우리측은 초계함의 기관실이 파손되고 고속정 한척이 손상을 입었을 뿐이다. 무력충돌후 북한어뢰정과 경비정의 잔해가 바다에 떠다녔으며 일부 잔해에서는 불이 꺼지지 않아 교전 당시의 치열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시 대치
북한경비정의 퇴각에 따라 우리해군함정들도 북한의 해안포공격에 대비, 일제히 철수했다. 북상한 북한경비정들은 NLL선상 북쪽에 대기하며 구조함이 오기를 기다렸다. 해군은 사태악화에 대비, 해상전력을 강화하고 완충구역을 벗어나 남측해상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정덕상기자 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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