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교전은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의 불안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웬만한 분쟁에 기본을 흔들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서있다.청와대는 15일 교전사태 발생 후에도 대북 포용정책, 이른바 햇볕정책의 기조를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학술단체대표자와의 오찬에서 『냉전 일변도의 정책으로 가서는 안되며,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해 대북 포용정책의 원칙고수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이 「도발은 단호하게 대응, 대북정책은 일관되게 추진」이라는 공식발표를 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해 남북 교전의 결과는 그냥 넘어가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서해의 남북대치가 극도의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당장 북한이 교전의 피해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철저한 안보를 병행하면서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겠다』며 안보와 화해의 균형론을 주창해왔다. 하지만 서해 교전으로 대북정책의 축이 당분간 안보 쪽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국내 보수세력의 비난, 일반 국민의 불안감도 대북포용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야당을 비롯 보수세력들은 『정부가 비료를 보내는 등 햇볕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의 침범으로 대답했다』며 「일방적 유화정책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대북정책에 정교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당장 금강산 관광객의 안전에 우려를 표명한다.
이런 기류는 정부에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마저 바꿀 가능성은 적다. 이번 교전이 확전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온 대북포용정책을 일거에 포기하고 대결정책으로 돌아갈 것같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남북 차관급회담, 현대 삼성 등의 대북경협이 취소되거나 후퇴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의 북방한계선 침범과 교전이 단순히 서해 어로수역의 확장 때문인지, 대남교란 전술의 일환인지, 북한 내부결속 의도인지가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국지전 등의 확전을 꾀하지않고 우리를 테스트하거나 교란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얼마든지 설득과 협상으로 대북포용정책의 틀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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