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인천 옹진군 송림면 연평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교전사태로 대연평도 주변을 뒤덮은 포성은 섬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주민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불안과 초조속에서 기나긴 하루를 보냈다.오전9시25분부터 10여분간 섬 너머에서 들려오는 『쿠쿵』하는 폭음을 주민들은 처음엔 대부분 천둥소리로 여겼다. 때마침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이 끊이질 않고 연안에 정박중이던 10여척의 해군함정들이 일제히 요란한 굉음속에 서북방면으로 내달리자 주민들은 『설마』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께 『북한군과의 교전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모두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노인과 부녀자들뿐, 남자들은 모두 바다에 나가 있었다. 이날 9일만에 꽃게잡이 조업이 재개돼 오전7시부터 52척의 어선이 일제히 출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긴급상황, 긴급상황, 모든 어선들은 섬으로 귀항하라』 어업지도선은 다급한 소리로 귀환을 알리는 무전을 쳤지만 이미 상당수 어선들이 교전장소 근처까지 접근해 있는 상태였다. 섬에 남아있던 가족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부두로 달려 나왔다. 오전10시20분 근해에 있던 배들도 한 두 척씩 부두로 귀항하기 시작했다. 부두에 나와있던 주민들은 귀항하는 가족의 모습이 보이자 반가운 표정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먼 바다로 나간 선원들의 가족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
윤미숙(35)씨는 『남편을 비롯해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까지 배를 타고 나가있다』며 『9일만에 풍어의 꿈을 안고 출어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울먹였다.
11시30분께 귀항한 진흥7호의 최율(44)씨는 『교전지역으로부터 불과 3~4마일 떨어진 지역에서 조업중이었다』며 『갑자기 「쾅」하는 폭음과 함께 군함들이 다급하게 움직였으며 검은 연기가 군데 군데 피어올랐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한편 이날 교전소식이 알려지자 92명의 승객을 싣고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을 떠나 대연평도에 입항키로 돼있던 카페리 「실버스타」는 10시20분께 덕적도 해상에서 급히 기수를 틀어 회항했으며 섬주민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식량과 대피장소를 물색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연평도=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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